[금융시장 잇단 훈풍] 19일만에 3대 신평사 모두 상향 ‘신용 그랜드슬램’
입력 2012-09-14 21:34
S&P 한국 등급 상향 의미
무디스(Moody’s)부터 피치(Fitch),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까지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가 잇따라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최근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이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 받는 가운데 이뤄져 쾌거라는 평가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업그레이드됐다는 의미다.
지난달 27일 무디스는 처음 한국의 신용등급을 A1에서 ‘더블A’ 급인 Aa3로 ‘레벨업(level-up)’하면서 한국 신용등급 상향 레이스의 신호탄을 쐈다. 이어 지난 6일 피치가 같은 등급으로 올렸고, 열흘도 지나지 않은 14일 S&P도 A+로 한 단계 높였다. 3개사의 신용등급이 올라가는 데 채 20일도 안 걸린 것이다. 기획재정부 최종구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지난해 이후 ‘A레벨’ 국가 중 같은 해에 3개사가 모두 등급을 올린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면서 “우리나라로서도 같은 해 3개사의 등급 상향은 2002년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번 S&P의 등급 상향으로 한국에 대한 3개사의 종합등급은 최고 수준이었던 외환위기 전(1996년 6월∼1997년 10월)과 동급으로 회복됐다. 당시 S&P와 피치 등급은 ‘AA-’, 무디스는 ‘A1’(A+와 동급)이었다. 최 차관보는 “신용평가사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신용등급을 내릴 때는 과감하고 빠르지만 올릴 때는 매우 신중해졌다”면서 “그런 만큼 1997년 이전 수준 등급을 회복한 것은 실제로는 당시 수준 이상 등급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자평했다.
특히 S&P는 보수적 등급 평가로 유명하다. 지난해 8월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시켜 시장에 충격을 준 것도 S&P였다.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불안 등을 이유로 2005년 7월 이후 7년이 넘도록 한번도 등급을 조정하지 않았다. 이 같은 S&P의 판단이 바뀐 데는 북한의 권력 승계가 원만하게 이뤄진 점 등이 주효했다. S&P는 한국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제시한 이유도 북한이 3∼5년간 정치적 안정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무디스와 피치가 한국의 재정건전성을 높이 평가하며 등급을 연달아 상향시킨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3개사 중 홀로 두 단계나 낮은 등급을 유지하기는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2005년 이후 지금까지 누적된 우리 경제 발전 내용이 이제야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 신용등급 상향에 따른 효과는 곧바로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당장 한국의 국가부도 위험 감소를 나타내는 지수는 이미 큰 폭 하락했다. 우리나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24일 107bp였던 것이 지난 13일 74bp까지 떨어졌다. 20일 새 33bp나 감소한 것이다.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기업의 신용등급에도 긍정적 변화가 예상된다. 무디스는 국가등급 상향 뒤 수출입은행과 철도시설공단 등 공공부문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민간 금융기관의 등급도 따라 올렸다.
피치도 국가등급 상향 뒤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고, S&P도 이날 수출입은행과 주택금융공사,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정책금융공사 등 4개 기관의 등급을 함께 높였다.
기재부는 “국가 신용등급은 해당 국가 내 기관과 기업 등급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민간부문에 대한 신용등급도 개별적으로 점차 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