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잇단 훈풍] 전문가들 국내 증시 전망 “유동성 장세 전환… 2000선 안착”
입력 2012-09-14 19:04
미국의 유동성 공급과 한국 국가 신용등급 상승으로 국내 증시도 본격적인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유동성 장세로 전환돼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안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당장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또 유럽 위기상황이 다시 악화되거나 중국 등 신흥국 경제가 되살아나지 않을 경우 금융위기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투자증권 박성훈 연구원은 14일 “미국의 3차 양적완화 조치에 국가 신용등급 상승까지 맞물려 파급 효과가 증폭될 것”이라며 일단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증권 곽중보 연구원은 “특히 원화의 상대적 강세에 따른 외국인 매수세 유입 강도가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스피지수가 점차 2000선 안착 분위기로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는 지난달 9일 이후 한 달여 만에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계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살아나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미국이 1·2차 양적완화 정책을 폈을 때도 미국계 자금이 급증했었다.
또 전문가들은 최근 고전했던 건설·조선·은행주가 주요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유동성이 늘어나면 투자 여력이 생기는 만큼 등락폭이 큰 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시장 안정 효과와 별개로 경기를 부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늘어난 유동성이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시장의 가격만 높이고 실물경제를 겉돈다면 경기 회복은 어렵다.
미국의 3차 양적완화가 1·2차 양적완화로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막대한 유동성이 고용 개선, 소비 진작 등 실물경제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연구원은 “유동성을 실물경제에 쓰느냐가 관건인데 아직 그럴 조짐이 없어 당장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여기에다 유동성 증가가 오히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추겨 물가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원자재 가격은 이미 2차 양적완화로 부풀려진 상황이다. 원자재 가격이 추가로 오르면 실물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더욱 어려워진다.
갑자기 늘어난 외국인 자금은 상황에 따라 순식간에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국제금융센터 이태봉 연구분석실장은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유입에 따른 유동성으로 주식이나 채권 가격이 오를 수 있지만 그만큼 돈이 쉽게 빠져나가는 상황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