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잇단 훈풍] 주택담보부증권 무제한 매입… 실업률 등 노동시장 개선 초점

입력 2012-09-14 19:04

美 양적완화 배경·의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3차 양적완화(QE3)가 과거 조치와 다른 것은 시한을 두지 않고 노동시장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때까지 채권 매입을 지속하겠다고 명시한 점이다.

매달 400억 달러 규모의 모기지 채권인 주택담보부증권(MBS)을 사들이되 실업률 등 노동시장 지표가 뚜렷이 개선될 때까지 이를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연말까지는 지난번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 조치로 사들이는 월 450억 달러가량의 장기 채권까지 합쳐 매달 850억 달러어치를 사들이는 셈이다.

시한을 두지 않는 양적완화 조치를 ‘보증’함으로써 장기금리 인하 효과를 키우고 소비자와 기업들이 지출과 투자에 더욱 적극적이게 하겠다는 복안이다. 시장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조치”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새로 돈을 찍어 시중은행이나 민간 금융회사가 보유한 채권(주로 장기채권) 등 금융자산을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시장에 직접 화폐량을 증가시켜 장기금리를 낮춰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시킬 목적으로 시행한다.

연준이 ‘무제한 QE’라는 강력한 조치를 들고 나온 것은 그만큼 미국의 경제회복이 순조롭지 않기 때문이다. 연준은 성명에서 고용부진이 계속되고 기업투자도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추가적 완화정책 없이는 경제성장이 고용시장 상황의 개선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현 고용 상황은 모든 미국인들을 걱정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8월 8.1% 등 실업률이 8%를 넘는 달이 42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정부 예산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재정정책을 쓸 수 없는 절박감도 연준이 다시 양적완화를 시행키로 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통과된 예산통제법에 따라 올 연말까지 민주·공화당 간 추가 합의가 없을 경우 내년부터 정부지출이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임박한 대통령 선거와 양당 간 극한 대립으로 소위 ‘재정 절벽(fiscal cliff)’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책임진 연준이라도 경기를 떠받치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연준이 MBS만을 사들이기로 한 것은 MBS 금리를 떨어뜨려 경기회복에 필수적인 주택시장을 조속히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연준은 아울러 기준금리를 0∼0.25%로 유지하는 초저금리 기조도 애초 2014년 말까지 연장키로 했던 것을 2015년 중반까지 최소 6개월 더 늘리기로 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이번 발표는 연준의 정책 기준이 물가에서 일자리 창출 여부로 바뀌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연준의 경기부양책 실행 기간이 물가가 아닌 실업률 같은 경제지표와 연동된 것은 처음으로, 이는 연준이 QE3를 계기로 경기 변화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