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김종인, 10·26 사태 놓고 극명한 시각차
입력 2012-09-14 21:41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와 그의 ‘경제민주화 멘토’로 나선 김종인 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10·26사태를 놓고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은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릐박근혜-김종인, 10·26 시각차=10·26사태는 1979년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궁정동 안가 술자리에서 박정희 대통령과 차지철 경호실장을 살해한 사건이다. 김 위원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경제민주화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10·26사태를 언급하며 “경제적으로 성공한 박 전 대통령이 왜 10·26 같은 비운을 맞을 수밖에 없었겠느냐”며 “그것을 분석해 보면 오늘날 정치권이 경제민주화를 심도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960~70년대 경제개발에 성공해 빈곤을 해소하고 국민 의식도 바뀌었는데 정치가 그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강압 수단을 쓰다 한계에 부닥친 결과가 10·26사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장이 박 후보의 ‘역린’(逆鱗·임금의 노여움)을 건드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아무리 박 후보의 신임을 받는 김 위원장이지만 이 발언은 박 후보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아버지의 죽음을 국민의 민주화 욕구를 외면해 발생한 필연적 결과로 해석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친박근혜계 의원은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심하다. 박 후보에게 비수를 꽂은 격”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89년 5월 MBC TV ‘박경재의 시사토론’에서 10·26사태와 관련해 “당시 차지철 경호실장과 김재규 중정부장의 충성심 경쟁에서 알력이 생긴 데다 중정부장으로서 여러 실책을 저지른 데 대해 아버지가 문책하고 불신하자 두려움이 겹쳐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밝혔다.
릐최필립, “이사장직 사퇴 안해”=최 이사장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2014년 3월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재단 업무를 잘할 것이다. 그만둘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최 이사장은 박 후보가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사퇴를 사실상 주문했다는 해석에 대해 “박 후보나 새누리당이 내 거취 문제를 논할 위치에 있지 않음을 잘 알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후보는 13일 “논란이 계속되면서 장학회와 이사진의 순수한 취지마저 훼손되고 있다. 이사진이 잘 판단해줬으면 하는 게 제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밝혔다. 최 이사장이 사퇴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함에 따라 정수장학회 문제는 향후 대선 국면에서 다시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김재중 유동근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