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의 선물… 금융시장 환호
입력 2012-09-14 23:47
美 Fed ‘무제한 양적완화’로 화끈한 경기부양
각국 증시 급등… 코스피 5개월만에 2000 돌파
세계 금융시장이 ‘버냉키의 선물’에 환호성을 질렀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무제한 양적완화(QE)’라는 화끈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자 각국 증시는 폭발적 상승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단숨에 2000선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금융시장에 ‘봄바람’이 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국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 살리기 정책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실물경제 침체를 어느 정도 막아낼지가 변수다.
14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56.89포인트(2.92%) 오른 2007.58로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웃돌기는 지난 4월 18일 이후 5개월 만이다.
1994.2로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지수는 오전에 이미 2000선을 넘어섰다. 장 후반에는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 신용 등급을 상향 조정했다는 소식에 2010선까지 바싹 다가갔다. 외국인들은 1조2830억원을 순매수했다. 하루 순매수액으로는 지난달 9일(1조5694억원) 이후 최대다.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도쿄 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1.83%, 대만의 가권지수는 2.10% 상승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89%, 홍콩 항셍지수는 2.86% 올랐다. 영국 런던 FTSE100지수는 1.17%, 독일 프랑크푸르트 DAX30지수는 1.27%, 프랑스 파리 CAC40지수도 1.77% 오르는 등 유럽 증시도 일제히 상승세로 출발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현지시간으로 13일 1.55% 오른 1만3539.86에 장을 마쳤다. S&P500지수는 1.63%, 나스닥종합지수는 1.33% 뛰었다.
앞서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시중 유동성 확대를 위한 3차 양적완화(QE3)를 시행해 매달 400억 달러 규모의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를 0~0.25%로 유지하는 초저금리 기조도 2015년 중반까지 6개월 이상 연장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양적완화로 경기회복의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돼 경기에 대한 불안심리가 줄어들고, 고용·투자가 늘면서 경기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기 하락 우려가 커 미국의 부양책이 글로벌 경기 침체를 얼마나 방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한금융투자 한범호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가 개선되고, 미국의 수요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중국 수요가 아직도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김찬희 기자,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