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 2급’ 대학생 한수인씨의 꿈… 당찬 그녀 “나의 꿈은 공무원”
입력 2012-09-14 18:09
이 여학생은 다른 사람이 손을 잡아주면 느릿느릿 한 발자국씩 움직인다. 그러나 누구의 도움 없이는 한 걸음 옮기는 것도 힘들다. 그렇다고 좌절하고 방안 어둠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통 학생들과 당당하게 겨뤄 대학에 다니며 꿈을 키우고 있다. 공무원이 돼 자신보다 더 힘든 사람을 돕는 것이 그의 희망이다.
지체장애 2급인 한수인(20·경희대 행정학과 2)씨는 유전자 난치 질환인 CMT병 환자다. 샤르코-마리-투스병으로 불리는 이 질환은 운동 및 감각 신경이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손상돼 발과 손의 근육에 힘이 없어지고 변형이 생긴다. 증상이 심하면 정상적인 보행이 힘들어 휠체어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9일 수인씨를 인천 용종동 그의 집에서 만났다. 주일이라 아버지가 담임목사로 시무하는 인근 작전동의 참진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귀가하는 참이었다. 손가락이 구부러지고 보행과 언어 구사가 불편했지만 수인씨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
“고 3 되던 해 1월1일 목표를 ‘성탄절에 웃자’라고 했어요. 조금만 더 참고 공부해 대학에 꼭 합격하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교회도 물론 빠지지 않았지요. 글쎄요, 학원 다닐 형편도 안됐지만 학원가서 공부하는 시간에 기도하고 예배드리는 것이 제게는 성적 향상에 더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아버지 한태섭(53) 목사 역시 CMT병 환자다. 딸 수인이 보다는 낫지만 정상 보행은 힘겨워했다. 작은 개척교회에서 목회를 하고있다. 몸도 불편하고 경제적으로도 넉넉지 않지만 수인씨는 어릴때부터 반에서 2, 3등안에 들었다는게 아버지의 전언이다.
자신의 몸을 추스르기 힘들면서도 그는 고 2때 인천의 한 공부방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재능기부를 했다. 고 3때는 인천시가 주는 청소년 대상 장애극복부문 상을 받았다.
“손이 자주 마비돼 글씨를 오래 쓸 수 없어 공부할 때 무척 힘들었다”는 수인씨는 “2010년 겨울 수능시험 전 수시에 합격해 너무너무 행복했다”고 털어놨다. 일반 학생들과 같은 조건으로 경쟁해 합격한 탓에 기쁨은 더했다.
대학생이 된 후 처음 전동휠체어를 타봤다는 그는 입학 초기에는 휠체어 조작에 서툴고 학교 시설에 익숙지 않아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다. 그러나 이제는 집보다 오히려 학교가 편하다고 웃는다.
“학교 측이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줘 너무 고마웠어요. 그뿐 아니라 이동 수업을 도와주는 도우미들도 있어 편해요”라는 그는 “항상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왔지만 이제는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학생들이 스스로 더 당당해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한다.
“일반인들은 돕고 싶어도 몰라서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장애는 부끄러운 것이 아닌데 도움이 필요하면 먼저 말해서 도움을 청해야 해요.”
휠체어를 타면서 수인씨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아졌다. 항상 집에만 있었던 그는 이제 여행을 하고 싶다. 장애에 맞서 자신의 꿈을 향해 한발 한발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수인씨의 미래가 궁금하다.
인천=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