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이지현] 스트랜딩(stranding)
입력 2012-09-14 17:53
지난 2일 영국 BBC등 주요 외신들은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 해안에 총 26마리의 고래가 육지로 올라오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13마리가 생명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나머지 고래들은 영국 해양생물구조대에 구조돼 바다로 돌려보내졌다.
고래들이 왜 뭍으로 올라와 자살을 시도한 것일까. 고래나 물개 등의 해양 동물들이 갑작스레 해안으로 올라와 죽는 ‘스트랜딩(좌초·stranding)’ 현상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먹이를 쫓거나 적한테 쫓기다 해류에 밀려온 것이라는 주장에서부터 바다 오염이나 먹이 고갈 등 생태계의 환경 변화 때문이라는 분석, 선박이나 잠수함에서 나오는 소음과 초음파가 방향 감각을 상실하게 한다는 추정까지 다양하다.
이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와 닿는 것은 특수한 저주파로 서로에게 연락하는 고래가 바다를 뒤덮은 온갖 배들의 엔진소리 때문에 친구, 가족들과 교신이 단절됐다는 것이다. 고독이 바다만큼 커지면 고래는 살 의욕을 잃고 둥둥 떠 있다가 해안으로 밀려온다는 것이다. 이는 모든 관계가 끊어져 버린 고독한 인간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인간은 서로의 관계에서 정을 느끼지 못하면 외로움이란 마음의 깊은 우물을 갖게 된다.
현대인의 만남을 무색, 무취, 무미의 ‘자일리톨 만남’에 비유하곤 한다. 그만큼 감정의 교류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정보만 교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따뜻한 정을 느끼지 못하면 거대한 바다의 고래처럼 외로움에 해안선 밖으로 헤엄쳐 나오게 될지도 모른다.
만일 주위에 누군가의 어깨가 축 처져 있다면, 평소보다 말 수가 없어졌다면 무심코 지나치지 말고 그가 하지 않은 말들을 생각해보자.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에게 표현되지 않는 말까지 듣는 귀를 가지라고 하셨다. 그리고 희망의 말을 해주자. “당신은 하나님께 지음 받은 소중한 존재입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하십니다.” 또 하나님께선 우리에게 희망의 끈을 꼭 잡고 근심의 끈을 놓으라고 말씀하신다.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벧전 5:7)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