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국 공관과 외교관 테러는 천인공노할 만행

입력 2012-09-14 18:24

리비아 벵가지의 미 영사관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아 주리비아 대사를 포함한 4명이 숨졌다. 이집트 카이로의 미 대사관이 시위대 공격을 받은 데 이어 반미시위는 13일 리비아 이집트를 넘어 예멘 튀니지 이란 방글라데시 등 중동·아프리카·아시아의 이슬람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무장공격과 반미시위는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모독한 미 영화 ‘무슬림의 순진함’의 예고편이 유튜브에 올라오면서 촉발됐다. 예고편에는 무함마드가 소아성애자, 사기꾼 등으로 묘사돼 있다. 하지만 영화 촬영팀과 배우들이 “예고편은 우리가 찍은 것과 완전히 다른 조작된 것”이라고 말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폭력사태를 유발하기 위해 예고편을 기획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예고편이 종교 간 평화와 공존의 정신을 의도적으로 폄훼한 점은 대단히 잘못된 것으로 규탄 받아 마땅하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과격한 이슬람주의자들이 예고편을 빌미로 테러를 자행한 것은 천인공노할 만행일 뿐이다. 전쟁 중에도 외국 공관과 외교관을 보호하는 것이 국제규범임을 감안하면 이번 사건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범죄행위다.

리비아 당국은 “용의자들을 체포해 범행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은 무장단체가 9·11 테러 11주년을 겨냥해 기획한 것이며 자신들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반(反) 이슬람 영화를 이용해 시위를 촉발시킨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리비아 당국은 국제사회와 공조해 테러의 배후 세력을 일망타진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전 세계 자유시민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막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 영화의 감독, 제작자, 동영상 유포자가 이집트 콥트교 신자라는 이유로 콥트교인에게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무슬림들은 이집트 콥트정교회가 “우리는 영화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힌 점에 주목하기 바란다. 또 아랍권에서 소수파인 기독교인을 탄압하는 구실로 이번 사건을 이용하지 않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종교의 자유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