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논란 폐강 강의, 강사 그대로 둔채 과목 이름만 바꿔 재개설하려다…

입력 2012-09-13 22:23

한양대가 성차별적이고 비과학적인 수업 내용 때문에 폐강됐던 강의를 이름만 바꾼 채 재개설해 논란에 휩싸였다.

13일 한양대에 따르면 이 대학 에리카(안산)캠퍼스는 2012년 가을 학기 신규 교양과목으로 김모(54) 강사의 ‘인간 섹슈얼리티’를 개설했다. 김 강사는 10여년간 교양과목인 ‘성의 이해’를 강의하며 과제로 음란 동영상을 제출하도록 하거나 ‘성폭력은 남성에 내재한 고유한 본능’이라고 설명하는 등 부적절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당시 여성단체들도 ‘남성 중심적 성 관념을 재생산하고 있다’며 강의 중단을 촉구했고, 학교는 지난해 가을학기부터 이 강의를 폐강했다.

그런데 학교 측이 이번 학기에 과목명만 바꾼 채 김 강사의 수업을 재개설하자 학생들과 트위터를 중심으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학생들은 “과목 개요가 이전 강의였던 ‘성의 이해’와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에리카캠퍼스 총여학생회도 집행부원이 직접 강의를 들으며 김 강사의 발언과 수업내용을 점검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한양대는 지난 12일 긴급회의를 열고 해당 과목의 강사를 분자생명과학부 채모 전임 교수로 교체키로 했다. 임동진 에리카캠퍼스 교무처장은 “학생에게 필요한 성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교육의 일부이기 때문에 과목 자체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