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기간 이용해 의사·보험설계사 등과 모의… 교사들 ‘가짜 환자’ 연기 거액 챙겨

입력 2012-09-13 19:46

방학기간 동안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꾸며 거액의 보험금을 상습적으로 챙겨온 현직 교사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3일 입원서류를 가짜로 꾸며 병원에 입원한 것처럼 속이는 수법으로 보험금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윤모(33·여)씨 등 초·중·고교 교사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이 챙긴 보험금은 2억3000여만원이나 됐다. 이들의 가짜 입원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하거나 도와준 혐의(사기방조 등)로 최모(51)씨 등 의사 14명과 정모(40)씨 등 보험설계사 3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부산의 한 공립고교 교사인 윤씨는 상해보험 11개에 집중 가입한 뒤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지난 1월 21일까지 23일간 어깨 통증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한 것처럼 꾸며 보험금 780만원을 받아 챙겼다. 윤씨는 “수업 시간에 칠판 글씨를 많이 써 목과 어깨가 결리다”고 입원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2010년 2월부터 최근까지 5차례에 걸쳐 보험금 4100만원을 받았다. 그는 병원에 입원했다고 속인 기간 동안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하거나 여행을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윤씨 등 교사 14명은 이러한 수법으로 2010년 2월부터 2년여간 각각 210만∼4100만원씩 총 2억3000여만원의 보험금을 챙겼다. 이들은 주로 학교 계단에서 넘어졌다거나 체육 수업 중 공에 맞았다는 식으로 가짜 입원 이유를 조작했다.

광주의 한 고교 체육교사인 주모(42)씨는 “스노보드를 타다가 넘어져 허리를 삐었다”며 병원에 입원한 것처럼 속여 보험금 690만원을 챙겼다. 경찰 조사결과 주씨는 이 기간 동안 스키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상해보험 16개에 가입한 교사 신모(50)씨는 2010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세 차례 보험금 2700만원을 타냈다. 신씨는 “등산을 하다가 넘어졌다” “관절염이 심해졌다”는 이유로 병원에 입원한 것처럼 조작했으나, 신씨는 대부분 집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적발된 교사 중 국공립 교사가 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사립학교 교사가 4명, 기간제 교사가 3명이었다. 지역별로는 경기권 1명, 충청권 2명, 광주·전라권 8명, 부산·경상권 3명 등이다.

최씨 등 의사 13명은 환자가 병실에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해주고 약 900만원의 요양급여를 챙겼다. 정씨 등 보험설계사 3명은 보험실적을 올리기 위해 오히려 가짜 입원을 권유하기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에 모범을 보여야 할 교사가 보험사기 범죄를 주도적으로 저질렀다”며 “교사들의 해당학교와 시도 교육청에 비위사실을 통보하고 피해 보험사에 보험금을 환수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