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인질로 잡혔던 림버트 전 대사가 말하는 美 외교관… “늘 테러리스트의 잠재된 표적”
입력 2012-09-13 19:21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주 리비아 미국대사의 사망으로 새삼 주목받는 사실이지만, 외교관은 근사해 보이긴 할지언정 안전한 직업도 아니고 더군다나 강력하지도 않다. 최강대국 미국의 외교관이라고 다른 나라 외교관보다 쉽게 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12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이란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존 림버트 전 국무부 차관보는 미·중동 관계라는 현대사의 가시밭길을 30년 동안 맨발로 걸어온 자다. 1979년 이란의 이슬람극단주의자들이 주 테헤란 대사관을 공격했을 때 1년 동안 인질로 붙잡혀 살았다. 당시 그의 상사였던 아돌프 덥스 주 이란대사는 구출작전 도중 살해됐다.
림버트가 전하는 외교관의 사회생활 또한 가엾기 그지없다. 항상 부하 직원과 경호요원들에게 둘러싸여 지내야 하고, 차를 타고 나갈 땐 호위차량이 따라붙는다. 미 외교공관은 늘 테러리스트의 잠재된 표적이다. 관례상 무기는 소지하지 않는다.
로널드 뉴먼 전 알제리 대사는 “25년 전 네덜란드 대사로 부임했을 때 24시간 내내 경호를 받았다”고 말했다. “경호시간에 딱 맞추지 않고는 아이들과 피자를 먹으러 갈 수도 없었어요.” 네덜란드가 전쟁과는 전혀 상관없는 지역이었는데도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밖에 나가지 않을 수는 없다. 경호요원을 과도하게 배치해서도 안 된다. 사람들 속에 섞이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밖에 나가지도 않고 사람들과 이야기하지도 않고, 여행을 다니거나 실제 사회를 이해하지도 않으면 외교는 아예 불가능합니다.” 안전을 절반쯤은 포기한 사람들이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