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원리주의로 회귀?… 살라피스트 전면 나서나
입력 2012-09-14 00:27
‘아랍의 봄’은 이슬람 원리주의로 귀결되는 것인가. 지난해 민주화 바람이 휘몰아쳤던 중동 지역이 이제는 거센 이슬람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특히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을 일컫는 ‘살라피스트(Salafist)’는 최근 세력 확장 수준을 넘어 중동 지역의 정치 전면에 나서고 있다.
◇정치 세력화하는 살라피스트=미국 외교안보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최근 살라피스트들이 중동 지역 정치권에 전면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이는 서방세계로서는 매우 주의해야 할 상황이라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비아, 이집트에서 발생한 미 공관 습격은 최근 이슬람 정통주의로의 회귀를 외치는 살라피스트들의 정치세력화 현상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독재체제가 무너진 중동 국가들에선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부가 수립됐다. 이에 맞춰 살라피스트들의 모임인 ‘살라피 운동’도 세력 확장에 나섰다. 이집트에선 살라피스트가 창당한 알 누르당이 무슬림형제단 산하 자유정의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비교적 종교색이 옅은 튀니지에서도 세를 얻고 있다. 이 때문인지 튀니지에선 주류사업체 공격 및 여성인권 침해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고 FP는 전했다. 살라피스트들은 시리아 반군에게도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교공관 공격이 발생한 벵가지, 카이로는 살라피스트들의 거점도시다.
이집트 저널리스트인 무스타파 살라마는 살라피 운동이 걸프만부터 북아프리카까지 세를 넓혔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지역에서 여러 분파로 나눠진 살라피스트들을 하나로 이끄는 유일한 것은 이슬람 원리주의로의 회귀”라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와 관련,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 같은 온건한 이슬람주의 정권이 과격 이슬람주의를 억제하고 치안이 가능하도록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반미 시위 계속 확산=영화 ‘무슬림의 순진함’에서 비롯된 반미 시위는 13일 계속 확산됐다. 특히 예멘에선 시위대 1명이 경찰 발포로 숨졌다. 최근 반미 시위 도중 나온 첫 사망자로, 시위가 한층 격화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AFP통신은 예멘 경찰이 미 대사관 진입을 시도하던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쏴 1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성조기를 불태우며 수차례 대사관 담을 넘어 진입을 시도했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도 시위대와 경찰 충돌로 30여명이 부상했다. 이들은 “미국인들은 떠나라”고 외쳤다. 시위대원 일부는 화염병을 던졌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유엔본부 앞에서도 시위가 열렸다. 북아프리카 수단과 모로코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일부는 “오바마에게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쳤다. 튀니지 주재 미 대사관 앞에선 성조기가 불탔다.
이슬람 국가들의 비난 성명도 이어지고 있다. 이란 정부는 성명을 통해 “존엄한 이슬람을 모욕했다”고 발표했다. 이집트 헤샴 칸딜 총리도 성명에서 “영화는 모욕적이고 비도덕적이다”라고 비난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