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사 피살 파장] 리비아 美 영사관 2번 공격 당했다
입력 2012-09-14 00:25
9·11테러 발발 11주년 기념일에 발생한 주 리비아 미 영사관 공격 사건은 2차례에 걸쳐 4시간30분가량 이뤄진 것이라고 미 ABC방송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첫 번째 공격은 밤 10시에 시작돼 11시20분쯤 일단락됐다. 이때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미국대사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두 번째 공격도 곧 이뤄졌다. 미 정부 관계자는 “자정쯤 부속 건물에 불이 붙었을 때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와니스 알 샤리프 리비아 내무차관은 “서로 다른 별도의 그룹이 연루돼 있다”고 말해 의혹을 뒷받침했다. 사실이라면 복수의 무장단체가 연루된 조직적 테러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때의 공격으로 외교관 두 명이 추가로 숨졌다.
알 샤리프 차관은 또 “내무부와 법무부가 이번 사태를 수사중이며 미 영사관을 무장 공격한 일부 용의자를 검거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활한 수사를 위해 몇 명이 체포됐는지, 어느 단체 소속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방송은 숨진 스티븐스 대사가 수 시간 동안 홀로 방치돼 있었다고도 전했다. 영사관 건물 안에 있던 스티븐스 대사는 10시45분쯤 화염으로 인한 짙은 연기 때문에 일행과 떨어져 질식한 것으로 보인다. 현지 시민들이 의식을 잃은 그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대사의 시신이 12일 오전 벵가지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도 외교관 동료들은 그를 만나지 못했다.
한편 미 정부는 해병대를 파견한 데 이어 리비아 인근 해상에 순항 미사일을 탑재한 구축함 2대를 배치하고, 무인 정찰기를 활용하는 등 보안·감시 활동을 강화키로 했다. 아울러 아랍지역 해외공관에 대한 보안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서 이슬람교 예언자 무함마드(마호메트)를 모욕한 미국 영화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예멘 수도 사나에서는 시위대가 미 대사관에 난입, 성조기를 끌어내 불에 태우거나 돌을 던지는 등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1명이 경찰 발포로 숨졌다.
카자흐스탄을 순방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참모 회의에서 “외교공관과 외교관 등에 대한 폭력은 있어서는 안 될 불행한 일”이라며 “희생자들의 가족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민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김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