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사 피살 파장] 리비아 극단주의 무장세력 소행? 알카에다 복수극?
입력 2012-09-13 19:08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국 영사관 피습 당시의 정황들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이번 사건이 사전에 계획된 테러일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주모자들은 예언자 무함마드(마호메트)를 모욕하는 내용의 미국 영화에 대한 항의 시위를 주의를 분산하는 데 교묘하게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영사관이 공격당하기 1시간 전인 11일 밤(벵가지 현지시간) 50여명의 무장병력이 차량을 이용, 영사관 근처로 모여들었다는 리비아 TV기자 피라스 압둘하킴의 증언을 13일자에 소개했다. 당시 영사관 밖에서 시위 중이던 군중과 별도로 움직인 이들은 곧 총을 쏘며 영사관 구내로 진입했고, 건물들은 화염에 휩싸였다.
미 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인 마이크 로저스 의원(공화·미시간)은 이번 공격은 치밀하게 계획되고 조직된 것이었다며 공격자들도 군사적으로 숙련된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미 정보관리들은 지난 6월 미군의 드론(무인기) 공격으로 사망한 리비아 출신의 알카에다 2인자에 대한 복수를 위해 알카에다의 한 산하조직이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알카에다 최고 지도자인 알 아히만 자와히리가 최근 2인자 아부 야히아 알리비의 죽음에 복수할 것을 리비아인들에게 호소하는 영상물을 올린 것이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
아마드 지브릴 영국 주재 리비아 부대사는 BBC 인터뷰에서 무아마르 카다피 지지세력으로 리비아 동부지역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안사르 알샤리아(이슬람 율법의 유격대)가 이번 유혈극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영사관에 있던 미 외교관과 보안병력의 증언을 종합하면 무장세력의 공격은 11일 밤 10시쯤부터 시작돼 영사관이 상황을 접수한 다음날 오전 2시30분 정도까지 이어졌다.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와 대사관 직원 숀 스미스는 무장세력의 로켓포 공격으로 불붙은 본부 건물에 갇혀서 빠져 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사가 병원으로 옮겨진 과정과 사망원인은 아직도 불확실하다. 병원 관계자는 “도착 당시 스티븐스 대사는 이미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미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리비아 주재 외교관들을 대부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고위 당국자는 이날 국무부 출입기자들과의 전화 회견에서 벵가지에 있는 모든 공관 직원들을 수도 트리폴리로 피신토록 했으며 트리폴리 대사관 직원도 비상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또 전 세계 모든 공관에 대해 보안 상태를 점검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