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예산 수백억 들인 드라마 세트장 사후 관리 제대로 안돼 27곳 중 8곳 문 닫았다
입력 2012-09-13 19:03
지자체가 거액의 예산을 쏟아부어 만든 드라마 세트장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문을 닫는 곳이 잇따르고 있다. 관광객 유치 명목으로 거액의 혈세를 들여 드라마 세트장을 앞다퉈 조성해놓고 사후 활용방안은 마련하지 않아 애물단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12일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드라마 세트장 현황’에 따르면 드라마 세트장 27곳 중 8곳이 폐쇄된 것으로 나타났다. 3∼4곳 중 한 곳은 문을 닫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00년 이후 정부나 지자체가 드라마 세트장을 만드는 데 쓴 예산은 814억8900만원이다. 이 중 134억4000만원이 지금은 폐쇄된 드라마 세트장에 들어갔다.
경기도 부천의 판타스틱스튜디오는 2002년 59억원(지자체 42억원, 민자 17억원)이나 투입돼 조성됐지만 지난해 8월 문을 닫았다. 이 세트장은 드라마 ‘야인시대’ ‘사랑과 야망’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등 여러 시대극이 촬영된 곳으로 유명하다. SBS 드라마 ‘일지매’의 촬영지였던 충북 제천 드라마 세트장 역시 폐쇄된 상태다. 이곳은 2002년 제천시에서 20억원을 지원해 만들었다.
조성된 지 불과 6년 만에 문을 닫은 드라마 세트장도 5곳이나 된다. 2007년 충남도가 20억원을 들여 만든 ‘태왕사신기’ 세트장(충남 태안)은 5년 만에 폐쇄됐다. 기차 관련 영화를 찍을 목적으로 전남도가 5억원을 들이고 민자 2억원을 보태 전남 곡성에 만든 ‘기차마을’도 이미 문을 닫았다. 2006년 제작사가 30억원을 들여 만든 영화 ‘화려한 휴가’의 세트장과 제주도 태왕사신기 세트장도 폐쇄됐다.
지자체가 세트장 조성에 열을 올리는 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명목이다. 2000년 KBS 드라마 ‘가을동화’를 시작으로 ‘한류’ 붐이 조성되면서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외국인들에게 인기를 얻었고, 각 지자체는 드라마 세트장 유치사업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지자체에서 거액의 예산을 투입해 화려하게 지은 드라마 세트장이 방영 당시에만 반짝 특수를 누리다 드라마 종영 후 홍보 등 사후 관리가 제대로 안 돼 흉물로 남는 것이다,
조 의원은 “방송사의 제작비 절감과 지자체의 관광객 유치 전략이 맞물리면서 경쟁적으로 세트장 조성을 해놓고 사후관리가 제대로 안 돼 예산 낭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해당 지자체는 드라마 세트장에 대한 관리체계를 개선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