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만난 安… 출마 굳히기인가
입력 2012-09-13 22:01
햄릿의 마지막 고민인가, 준비된 자의 계산된 여유인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이르면 다음주 중으로 예상되는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막바지 잠행을 하고 있다.
안 원장은 13일 서울시청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30분간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고 안 원장 측 유민영 대변인이 전했다. 지난해 9월 6일 양자 담판에서 안 원장이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한 지 1년 된 것을 기념해 박 시장이 안 원장을 초대했다. 박 시장은 회동 후 기자들에게 “덕담이 오갔고, 정치적인 얘기는 일부러라도 하지 않았다. (안 원장이) 머리가 조금 더 희어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 입문 ‘선배’인 박 시장이 안 원장의 출마 고심을 함께 나눴으리란 관측이 나온다.
‘안철수의 고민’은 여전히 ‘내가 대통령을 잘할 수 있을까’로 요약된다. 안 원장과 가까운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에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가 올 수 있다”며 “안 원장은 이런 상황을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이 최근 문제가 된 ‘불출마 협박’ 사례와 같은 네거티브 공세를 두려워해 출마를 머뭇거린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내 안철수 인맥으로 분류되는 송호창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상당히 강단이 있는 분이다. 이 정도 사안으로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안 원장은 또 출마 형식과 발언 수위 등을 놓고 고민을 거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마 형식과 장소는 아직 미정이다. 다만 ‘자연스럽고 담백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한다. 출마를 선언한다면 캠프 구성, 무소속 출마 여부, 단일화 방법 등 향후 진로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 것이기 때문에 ‘100% 확신’을 선호하는 안 원장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안 원장은 출마 선언을 계기로 최근 급락한 지지율을 만회하는 숙제도 풀어야 한다. 특히 안정적인 캠프 구성은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국정운영 안정감’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지지층을 넓힐 수 있는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대중이 호응할 수 있는 새로운 어젠다와 메시지를 던져야 지지율을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