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국감, 입맛쓴 재계… 10월 5일 시작 ‘증인채택 촉각’

입력 2012-09-13 18:43

재계와 금융권이 여의도를 향해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있다. 다음 달 5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야 의원들이 재벌 총수들과 은행장들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할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13일 국회와 재계 등에 따르면 정무위원회 여야 간사가 증인 채택 관련 협의를 14일 갖는 등 각 상임위는 국감 일정과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의견 조율에 돌입했다.

재계와 금융권의 최대 관심 상임위는 경제민주화와 은행 CD금리 담합, 4대강 사업 등이 국감 핵심 이슈로 다뤄질 정무위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의원실에서 요청한 증인을 취합 중”이라며 “민주당은 증인 요청 수가 100명이 넘고, 새누리당은 10여명 수준”이라고 전했다.

정무위에서 증인으로 우선 거론되는 인사는 경제민주화 등과 관련해서는 재계를 대변하고 있는 전경련 허창수 회장이다. 대기업 일감몰아주기와 순환출자 등과 관련, 이건희 삼성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포함한 다수의 대기업 회장도 야당 증인 신청 목록에 올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천 청라국제도시 골프장과 관련해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중소기업 지분을 탈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일부 여당 의원들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증인 소환을 검토 중이다.

은행 CD금리 담합의혹과 관련, 은행장 및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들도 증인신청 대상에 포함됐다. 대형 건설사 대표들도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사건과 관련해 정무위와 국토해양위원회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정무위 소속 한 민주당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은 단순히 담합뿐 아니라 비자금 조성 및 민간인 사찰 문제 등과도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정리해고 문제 등이 다뤄질 환경노동위원회 국감도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이다. 국감에 앞서 환노위는 쌍용차 정리해고와 관련한 청문회에 전·현직 쌍용차 대표 및 고위 경영진을 증인으로 부를 계획이다. 또 환노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국감에서 KT 이석채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 노조탄압 의혹과 KT의 유휴 동케이블 매각 문제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예정이다. KT 이 회장은 단말기 과다 보조금, 민간인 사찰 당시 이용됐던 ‘대포폰’ 문제 등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높다.

문방위 소속 의원들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 특혜 논란이 일고 있는 CJ 이재현 회장도 증인 소환을 검토하고 있다.

재계는 그룹 총수가 증인으로 채택 되지 않도록 대관업무 관계자들을 총동원해 상임위별 위원들을 대상으로 긴밀하게 물밑 작업을 벌이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국회 분위기는 올해는 과거처럼 해외 출장 등을 핑계로 증인 출석을 회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사회적으로 대기업과 은행들에 대한 불신 분위기가 강하고 경제민주화가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여야 모두 증인 채택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국감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해외 출장을 이유로 자리를 비우는 증인들의 출석을 강제하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국감의 무리한 증인 채택으로 인해 기업 신인도가 하락하고 계약이 취소되는 등 유·무형의 피해가 막심하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선정국의 이슈로 삼기 위한 정략적 움직임에 질문 한 번도 안 하면서 증인으로 부르는 예도 많다”며 “기업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증인 소환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