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두달째 동결… 경기 떠받칠 ‘마지막 실탄’ 남겨뒀다
입력 2012-09-13 18:43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죽어가는 경기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실탄’을 다시 아꼈다는 평가다. 우리 정부의 추가 경기부양책이 낼 효과, 최근 유럽·미국 등의 경제정책 변화를 감안한 것이다.
하지만 한은이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실기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수출·내수가 함께 부진에 빠진 데다 올해 경제성장률 2%대 추락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어서다.
한은은 13일 금통위 회의를 갖고 이달 기준금리를 연 3.0%로 동결키로 결정했다. 지난 7월 0.25% 포인트 인하한 뒤 두 달째 동결이다. 당초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대외 경제상황이 급변하는 데다 우리 정부도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일단 상황을 관망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우리 경제를 괴롭히고 있는 유럽 재정위기는 반전의 계기를 맞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재정위기국 국채 무제한 매입 결정과 독일 헌법재판소의 유럽안정화기구(ESM) 출범 합헌 결정이 ‘반환점’이 되고 있다. 여기에 대선을 앞두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추가 양적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중국도 원자바오 총리가 경기 부양 의사를 밝혔다. 우리 정부도 지난 10일 4조6000억원의 재정을 추가 투입하는 내용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아 금통위의 숨통을 터 주었다. 최후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금리 정책을 섣불리 쓰기 어렵다는 내부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대외경제 회복 속도가 기대치보다 낮다고 하지만 기대치가 어느 수준인지가 중요하다”면서 “7월보다 경제가 더 나빠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여러 가지를 묶어 보면 그렇게 말하기 어렵다”고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한은이 올해 2%대 저성장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하면서 하반기 경제가 고꾸라질 가능성이 높은 데도 한은이 책임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은 “다음 달까지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한은이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데 ‘과도하게 신중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도 “경기가 더 악화되면 한은이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금통위가 연내에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 국내 경기둔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수웅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6월 이후 소비 심리와 투자 심리가 모두 하락하고 있다”면서 “늦어도 11월에는 추가 인하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