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패럴림픽선수단 이끈 신영순 선교사 “사상 첫 1명 출전… 北장애인들엔 희망 금메달”

입력 2012-09-13 18:18


“북한의 런던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참가가 거의 불가능했는데 기적처럼 갈 수 있었고 그들과 함께 한 시간은 감동의 나날이었습니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9일까지 열린 런던 패럴림픽에 북한 선수단의 일원으로 참가한 신영순(미국명 수 킨슬러·선교사·66) 푸른나무 대북사업본부장은 13일 전화 인터뷰에서 “기적 같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신 본부장은 북한의 사상 첫 패럴림픽 참가에 기여한 공로를 북한 정부로부터 인정받아 미국 시민권자임에도 선수단에 포함됐다. 신 본부장은 2006년부터 북한에 장애인 체육장비를 보내는 등 장애인 체육 활성화의 불을 지폈다. 그가 지난해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에서 은퇴하고 들어간 국제NGO 푸른나무(대표 곽수광 목사)는 북한 선수단의 전지훈련 비용과 런던 왕복항공료, 유니폼 등을 지원했다.

북한은 대부분의 종목 예선이 끝난 지난해 말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준회원국 자격을 얻는 바람에 런던대회 참가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수영을 배운 지 35일밖에 안 된 임주성(17)군이 지난 7월 독일 베를린 수영대회에서 극적으로 와일드카드를 얻어 패럴림픽 참가가 성사됐다.

북한의 유일한 출전선수였던 임군은 지난 4일 남자 50m 자유형 S6(지체장애 10개 등급 중 여섯 번째) 예선에 나와 47초87로 6명 중 6위를 기록했다. 꼴찌로 탈락하긴 했으나 자신의 기록을 23초나 앞당겼다. 신 본부장은 “한 팔과 한 다리만 있는 주성이가 두 팔이 다 있는 선수들과 경쟁했다”며 “끝까지 완주한 게 너무 기특해서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신 본부장은 지난달 11일 평양에 들어가 선수단 23명과 같이 지난달 27일 런던에 입성했다. 선수촌 입촌식에서 굳어 있던 ‘탁구 영웅’ 이분희(44)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을 대신해 언론 인터뷰를 하는 등 선수단의 대변인 역할도 했다. 2010년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장애인의 엄마’라는 공통점 때문에 금세 친해졌다. 지금은 엄마와 딸처럼 지낸다.

신 본부장은 대회기간 동안 북한 유니폼에 태극기와 인공기, 성조기를 모두 달고 다녔다. 이유를 묻는 북한 사람에게 “세 나라를 화해시키는 일이 내 역할이라서”라고 답했다. 그는 “이번 대회 참가는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시편 126:5)라는 말씀이 이뤄진 경험이었다”면서 “북한의 장애인·고아 등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가 통일의 시작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