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박순영] 진실공방

입력 2012-09-13 18:43


진실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연예인의 성형, 학력위조, 왕따, 열애설부터 스포츠 승부조작, 무덤 속에 있은 지 오래된 이의 사인(死因), 정치인의 공천헌금, 뇌물, 국가기관의 사찰, 협박, 폭로 등 사실의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사람들은 정보의 전달속도만큼이나 조급해지고 있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의 거짓은 그를 좋아하는 팬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도덕성의 문제일 수 있다. 반면 국가기관이나 정치 권력자의 거짓은 국민 모두에게 절망과 분노를 가져다주는 역사적 해악이며 일상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범죄다.

권력자의 거짓은 중대한 범죄

사실 감추어진 거짓을 드러내고 진실을 추구하려는 시도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길어진다는 피노키오 이야기, 대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말이 들려온다는 야사(野史), 벌거벗은 임금님 우화 등 거짓과 위선을 풍자·비판하는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로마의 산타마리아 성당 입구 한쪽 벽면에는 ‘진실의 입(Bocca della Verita)’이라는 얼굴 모양을 새긴 원형 석판이 붙어 있다. 그레고리 펙과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와 더욱 유명해진 이 조각품은 거짓말을 한 사람이 입에 손을 넣으면 손이 잘린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그렇게 진실에 목말라하며 누구나 진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이리라.

다윗은 제왕의 권력을 이용해 부하의 아내를 하룻밤 품는 죄를 범했다. 조용히 돌려보내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감춰질 수 있다고 여겼으나 여인이 임신해 죄를 감출 수 없게 됐다. 당황한 다윗은 전쟁터에 나간 우리아를 불러 아내와 동침하기를 권했지만 그는 전투 임무를 수행 중인 군인이 아내와 동침하는 것이 옳지 않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다윗은 비밀 편지를 지휘관에게 보내 우리아를 적진 깊숙이 투입하고 다른 병사들을 퇴각토록 해 그를 죽게 했다. 그리고 부하의 아내 밧세바를 왕궁으로 데리고 와 아내로 삼았다. 다윗은 완전범죄를 저질렀다 생각했으나 하나님께서 그의 악행을 보셨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아니 알아도 말할 수 없는 그의 죄를 선지자 나단을 보내어 준엄하게 책망하셨다.

과오 고백해야 참 행복 찾아

“가난한 사람의 양을 빼앗은 부자가 있습니다”라는 나단의 이야기에 다윗은 “그놈이 누구냐? 죽어 마땅할 놈이로구나” 하고 분노하였다. 그러자 나단은 왕국의 최고 통치자를 향하여 “그놈이 바로 네놈이다”라고 소리쳤다(삼하 12:7). 임금 곁에 있던 모든 신하들의 가슴이 섬뜩하였다. 누구든지 생각하기를 “이제 나단 선지자의 목숨은 끝났다”고 했을 것이다. 그때 다윗은 즉시 “내가 여호와께 범죄하였습니다”고 정직하게 고백하였다. 제왕의 위엄이나 체면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 모든 죄악을 지워 주소서”(시 51:9)라고 철저히 회개하기를 자신의 눈물이 요를 적시고 침상을 뜨게 할 만큼(시 6:6) 진실하였다. 다윗의 진실고백과 회개하는 양심은 이스라엘 역대 임금들에게 ‘다윗의 길’(왕하 22:2)이라는 역사적 평가 기준이 되었고 그 나라는 영원히 ‘다윗의 나라’로 부르게 되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오, 복스러운 죄여(felix culpa)! 너로 말미암아 우리가 위대한 구세주를 얻게 되었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펠릭스 쿨파라는 말은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받는 기쁨, 구원의 감격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누구든 실수하지 않고 살 수 없다. 죄를 짓지 않고 사는 완전한 이도 없다. 자신의 과오를 감추려 하면 또 다른 거짓을 만드는 죄를 짓게 된다. 정직이 최선의 방법이며 진실을 고백하는 것이 가장 큰 용기다. 공방을 계속하는 동안은 평안과 기쁨이 없다. 진실을 고백하는 자에게 참된 행복이 있다.

박순영 장충단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