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인간 본연의 외로움, 개와 노인 통해 그려 ‘푸른 개 장발’
입력 2012-09-13 17:43
푸른 개 장발/황선미/웅진주니어
삽살개 장발은 형제 중에서 혼자만 검둥이다. 자신을 닮지 않은 장발을 어미 누렁이조차 마뜩잖아 한다. 형제들도 덩달아 무시하고 따돌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장발은 가족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며 꿋꿋이 살아간다. 늙은 고양이에게 물린 막내 동생의 상처를 핥아주며 눈물을 흘리는 착한 심성을 가졌다.
어느 날, 개 도둑이 나타나 가족을 모두 훔쳐간다. 장발도 목청이 큰 땜장이 노인인 목청씨네 씨어미가 된다. 주인의 용돈벌이로 자신이 낳은 새끼들이 팔려나가는 걸 지켜봐야 하는 신세가 된 장발. 누구보다도 자존심이 세고, 모성애가 강한 장발은 목청씨를 원망하며 목 놓아 울어도 보고, 팔뚝을 물기까지 하면서 저항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이후 주인 목청씨와는 서먹한 사이가 된다.
하지만 오랜 세월 서로의 곁을 지키면서 장발은 외롭고 쓸쓸한 노인에 불과한 목청씨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목청씨도 장발을 단순한 개가 아닌 인생의 동반자로 여기게 된다. 그러다가 목청씨가 병에 걸려 입원을 하고, 그 바람에 집안 식구들은 장발을 돌볼 겨를이 없게 된다.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장발은 문득 평생 미워하고 원망했던 목청씨 얼굴을 떠올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소중한 제 자식을 뺏어갔던 나쁜 주인, 그 목청씨가 거짓말처럼 보고 싶어진 것이다.
황선미 작가는 삶의 끝자락에서 미운 이들마저 그리워지는 경험을 통해 내면 깊숙이 숨어 있는 인간 본연의 외로움을 장발과 목청씨를 통해 그렸다. 이 동화는 ‘마당을 나온 암탉’의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저자는 자신의 아버지의 삶을 개와 노인을 통해 형상화했다고 고백한다.
책의 묘미는 수채화처럼 펼쳐진 김동성 화가의 삽화다. 입체감을 살린 사실적 묘사가 생동감 있어 마치 애니메이션의 주요 장면을 삽입한 듯하다. 초등학교 고학년 대상.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