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청학련’ 박형규 목사, 38년 만에 명예회복

입력 2012-09-12 22:02


1970년대 ‘민청학련’ 사건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해야 했던 박형규(89·사진) 개신교계 원로목사가 38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부장판사 김상환)는 대통령 긴급조치 제1호 위반, 내란 선동 등의 혐의로 기소됐던 박 목사에 대해 지난 6일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구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이 기울였을 노력이 이 판결을 가능케 했음을 고백하면서, 부디 판결이 피고인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우리 사법에 대한 안도로 이어지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선고 직전 검사는 이례적으로 무죄를 구형하고 반성의 의미가 담긴 장문의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검사는 “이 땅을 뜨겁게 사랑하여 권력의 채찍에 맞서가며 시대의 어둠을 헤치고 걸어간 사람들이 있었다”며 “그분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으로 민주주의의 아침이 밝아, 법의 이름으로 날인했던 주홍글씨를 뒤늦게나마 다시 법의 이름으로 지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74년 4월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에 연루돼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9개월가량 수감된 뒤 출소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