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美 영사관 피습] 사태 10시간 넘어서야 백악관 반응… 롬니, 오바마 비난

입력 2012-09-13 00:36

미국 국무부와 백악관 등의 리비아와 이집트 공관 피습에 대한 대응을 놓고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벵가지 미 영사관 피습에 대해 국무부의 성명이 나온 것은 11일 밤(현지시간)이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미국은 가장 강력한 톤으로 벵가지 미 영사관에 대한 공격을 비난한다”며 국무부 직원 1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사망자의 신원은 확인하지 않았고, 다른 사망자나 부상자 여부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명의의 백악관 성명이 나온 것은 12일 오전 6시30분이었다. 사태가 진정된 지 10시간이 훨씬 넘어서 백악관 반응이 나오고, 국무부 성명도 언론보도를 마지못해 확인하는 수준이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사실 확인과 수습에 늦장 대응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가 오바마 행정부의 중동정책이 유약하다며 비판해 온 점에서 더욱 그렇다. 국무부와 백악관이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해 공관 피해에 대한 정보도 늦게 공표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관심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쏠리고 있다. 공식적으로 미국은 이 사건의 진상 파악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와 상관없이 미 대사가 사망하는 등 인명 피해가 발생한 만큼 오바마 행정부가 해당국 정부에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자체적으로도 응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미 공관이 무장공격을 받은 만큼 테러로 규정해 응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롬니 대선캠프는 이 사건을 대선 이슈로 적극 이용할 태세다. 롬니 후보는 12일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열리는 대선 유세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에 앞서 11일 사건 직후 성명에서 롬니 후보는 “오바마 행정부의 첫 반응이 미국 공관에 대한 공격을 규탄한 것이 아니라 공격을 자행한 자들에 대한 이해 표시였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카이로 주재 미국 대사관은 “무슬림들의 종교적 감정을 해치려는 일부 잘못된 사람들의 계속된 노력”을 규탄하는 성명을 이날 내놓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백악관은 롬니 후보가 지적한 ‘문제의 성명’은 시위대가 난입하기 전에 발표한 것이라며 롬니 캠프가 정치 공세를 위해 사실 자체를 호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12일 아침 CNN방송에 출연한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공화)은 “이집트와 리비아에서 동시에 사건이 발생한 것은 조직이 의도적으로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축소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