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美 대선판도 흔드나

입력 2012-09-12 19:36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종반전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 대선에 ‘이란 폭탄’을 터뜨렸다.

네타냐후 총리는 11일(현지시간) 미국이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에 대한 명확한 군사개입 기준(레드라인)을 정하는 데 반대한다며 맹비난했다.

그는 이날 언론과의 회견에서 미국을 겨냥, “국제사회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이스라엘에 기다리라고 한다. 나는 무엇을 기다리라는 것인지, 언제까지 기다리자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지난 9일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 레드라인을 설정하지 않을 것이며 협상을 통해 해결 가능하다”고 말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란 문제 대응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가장 강도 높은 공격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익명을 요구한 한 이스라엘 관리는 이날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이달 말 워싱턴DC를 찾아 오바마 대통령을 따로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백악관이 거절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고 맹방인 이스라엘 총리를 ‘박대’한다는 뉘앙스를 담은 것으로 이 보도가 나오자 백악관과 국무부는 발칵 뒤집혔다.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막강한 유대인의 반감을 불러 대선에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이날 밤 오바마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1시간 동안 통화했다. 이례적으로 이날 밤늦게 낸 성명에서 백악관은 “양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는 데 단결할 것을 재확인했다”며 “언론 보도와 달리 네타냐후 총리가 워싱턴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요청을 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면담 요청에 대한 거절도 없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미 대선 정국을 지렛대로 해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최후통첩’을 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에 대해 유화책을 쓰고 있다며 오바마 행정부를 공격해 온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 편에 서서 오바마 대통령을 난처한 지경에 빠뜨렸다는 해석이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