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살 사망률 10년간 2배 급증… 주 원인 ‘가정불화 1위’
입력 2012-09-12 22:12
2009∼2010년 국내 청소년 사망 원인 중 1위는 ‘자살’이었다. 15∼19세 사망 원인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28%로 2000년 14%의 두 배로 뛰었다. 국내 청소년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자)도 2000년 6.3명에서 2010년 8.3명으로 높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청소년 자살률 평균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성인 자살도 심각하지만 청소년 자살은 병든 미래의 징후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최근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정부 관계자 등 전문가들이 청소년 자살 문제를 의제로 원탁회의를 갖고 12일 ‘청소년 자살예방 합의문’을 발표했다. 민관이 함께 내놓은 첫 진단이라는 의미가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원탁회의에 보고한 ‘국내 정신질환 관련 연구현황 파악 및 우울증 자살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아동 청소년기 중 15∼18세가 특히 자살충동에 취약한 연령대다. 2007∼2009년 15∼18세 평균 자살률은 8.2명으로 12∼14세(2.5명)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성인과 달리 청소년 자살률의 시도별 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원인 중 성적은 뜻밖에 큰 변수가 아니었다. 자살시도 청소년 대상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자살시도로 이어지는 첫 번째 스트레스는 가정형편이었다. 부모와의 갈등-교우관계-외모-교사와의 갈등이 뒤를 이었다. 상담사 및 정신과 의사들이 답변한 청소년 자살시도의 가장 큰 원인은 가정불화(18.92%)였다. 이어 학교폭력(18.64%), 부모와의 갈등(17.24%), 친구문제(15.22%), 정신과적 질환(13.52%) 등이 꼽혔다.
이를 토대로 합의문은 청소년 자살의 주 위험요소로 부모, 친구, 교사 등과의 대인관계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 정신과적 질환을 꼽았다. 항목별로는 △개인(우울증, 충동성, 낮은 자존감) △가정(가정불화, 부모와의 갈등, 경제적 어려움) △학교(학교폭력, 교우관계, 학업스트레스) △사회(미디어 영향, 주변인의 자살) 등이었다. 대책으로는 세 분야(학교, 상담 및 사회복지, 보건의료)의 세 단계(예방, 고위험군 조기개입, 재시도 방지) 접근을 제안했다.
우종민 인제대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학업이나 성적스트레스가 클 것이라는 어른들의 예상과 달리 공부보다는 부모, 친구 간 관계 스트레스가 크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원인에 대한 이해와 충동적인 청소년 자살의 특성을 고려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