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硏은 ‘비리 백화점’… 감사원, 원장 해임 요구
입력 2012-09-12 22:12
연구원 원장은 간부급 연구원들로부터 현금을 받아 비자금을 조성했다. 원장의 직속인 간부급 연구원들은 원장의 비자금 조성에 협력하고 이를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 ‘세계 일류의 창조적 기초과학 공동연구기관’이라는 비전을 내세우고 있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서 벌어진 일이다.
감사원이 12일 공개한 ‘취약시기 공직기강 특별점검’ 전문에 따르면 이 연구원의 박준택(63) 원장은 2009년부터 부장급 연구원들에게 기관운영을 위해 필요하다며 수시로 현금을 요구했다. 부장급 연구원들은 연구과제 수행자들에게 지급되는 인센티브를 빼돌려 박 원장의 비자금으로 6475만원을 조성했다. 박 원장은 별도로 센터장에 임명된 연구원에게 대외활동비 명목으로 현금을 요구하는 등 14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렇게 조성한 비자금을 박 원장은 주로 법인카드를 쓸 수 없는 골프장이나 주점 등에서 사용했다.
박 원장은 또 ‘680,000’이라고 구체적인 액수를 쓴 메모지를 주면서 부장급 연구원들에게 단란주점 외상값을 대납하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고, 연구원들은 업무 외 사용할 수 없는 법인카드로 총 22회에 걸쳐 790여만원의 단란주점 외상대금을 결제했다. 심지어 박 원장은 조카의 딸과 동서가 연구원에 채용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기까지 했다.
감사원은 임면권을 가지고 있는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에게 박 원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또 박 원장의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부장급 연구원들도 징계처분하라고 요구했다. 기초기술연구회는 이와 관련, 다음 달 24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박 원장에 대한 해임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