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선정적 보도 2차 피해 양산”… 전문가 40여명 한목소리

입력 2012-09-12 19:29

“성폭력 통합지원센터 차원에서 언론 대응 매뉴얼이 필요합니다.” “전문 인력의 처우개선이 필요하고 피해자 지원센터는 더 늘어나야 합니다.”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 주재로 ‘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센터 관리자 회의’가 열린 12일 서울 중림동 여성아동폭력피해중앙지원단. 40명의 성폭력 피해자 지원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냈다.

전문가들은 선정적인 언론보도가 2차 피해를 양산한다고 비판했다. 언론과 사회의 지나친 관심은 성폭력 피해자를 ‘불쌍한 환자’로 낙인찍고, 이는 피해자의 치유와 회복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또 비교적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성폭력 피해자나 가족이 사회적 분위기 탓에 피해 상황을 너무 심각하게 여기도록 만드는 부작용도 지적됐다.

언론 보도를 통해 성폭력의 심각성이 알려지는 것은 좋지만 피해자들이 받는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피해자들의 사생활을 다루는 성폭력 통합지원센터에서 체계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대언론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성폭력 통합지원센터의 열악한 환경도 문제로 제기됐다. 센터 종사자들 상당수는 연봉 2000만원 안팎의 박봉, 심각한 성폭력 피해를 간접적으로 겪는 등 강도 높은 스트레스,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으로부터 받는 폭언이나 폭력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결국 피해자 지원 서비스의 질 저하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유영미 경기원스톱지원센터 관리운영팀장은 “일반인들은 성폭력 사건만 들어도 분노하고 긴장하는데 온갖 사례를 매일 수십 건씩 다루고, 피해자들을 돌보는 이들은 오죽하겠느냐”며 “모두들 소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지만 열악한 상황을 못 견디고 떠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