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11일째 행방묘연… 정치일정 안갯속

입력 2012-09-12 22:23

차기 중국 최고지도자 자리를 예약한 시진핑(習近平·59) 부주석이 12일로 열하루째 행방이 묘연하자 18차 당 대회(18대) 등 주요 정치 일정과 권력 승계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달 초에는 공산당 지도부 24명(25명에서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 낙마로 1명 감소)이 참석하는 정치국 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아직까지 소집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국 회의에서는 18대 직전에 열리는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7기 7중전회)와 18대 날짜를 정하는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하게 된다. 과거 1997년, 2002년, 2007년에 각각 열린 15, 16, 17차 당 대회의 경우 그해 8월 말 열린 정치국 회의 뒤 일정이 발표됐다.

더욱이 이번 정치국 회의에서는 ‘보시라이 사건’ 처리 문제도 매듭지어야 할 상황이다. 여기에다 시 부주석의 장기 공백으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군사위 주석직을 2년 더 맡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최고 지도부인 상무위원회 구성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이와 관련해 후 주석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지도부가 예정된 대로 자신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시 부주석이 중병에 걸렸다거나 권력투쟁에 휘말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현재로서는 시 부주석이 오는 21일 광시(廣西)성 난닝(南寧)에서 열리는 제9회 중국·아세안 엑스포에 참석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분석가들은 시 부주석이 다음주 내로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으면 당 핵심 인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 부주석의 공백은 후 주석이 당초 군사위 주석직을 물러나려 했던 마음을 바꾸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관측이 나오는 직접적인 이유는 중국 정부가 시 부주석의 근황과 관련해 아무런 확인도 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후싱더우(胡星斗) 베이징이공대학 교수는 이에 대해 “아프거나 다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이 때문에 18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는 게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시 부주석이 건강을 회복하기 전까지는 정치국 회의가 열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시 부주석은 18대 준비에 직접 관여해야 할 뿐 아니라 후 주석이 18대에서 발표할 중국의 미래 발전전략을 담은 보고서 작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