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독신여성 안심주택’ 2000호 공급한다
입력 2012-09-12 22:34
서울의 한 주택가 원룸에서 혼자 사는 직장인 유지은(30·여)씨는 최근 섬뜩한 일을 겪었다. 목욕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는 유씨를 누군가 창문 틈으로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유씨는 12일 “당시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갔지만 범인을 잡지 못했다”면서 “여자 혼자 있는 집이라는 게 알려진 것 같아 신경 쓰이지만 이사를 하자니 비용이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서울시가 유씨와 같은 독신여성들이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도록 2015년까지 여성전용 소형 임대주택 2000호를 짓는다. 안심하고 택배를 받을 수 있는 무인택배시스템과 방범창도 설치한다.
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여성 1인가구 종합지원대책’을 이날 발표했다. 45만명에 달하는 서울 독신여성들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불편과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시는 우선 독신여성 전용 소형 임대주택 2000호를 2015년까지 공급한다. 임대주택은 공공원룸형과 다가구형 등 2가지 형태다. 월 임대료는 공공원룸형은 15만8000원, 다가구형은 평균 9만9000원이다.
1∼2층은 주민자치센터 등 공공기관이 사용하고, 3층부터 여성들이 거주하는 독신여성 전용 안심임대주택도 시범 보급한다. 현재 구로구 천왕 도시개발지구 내에 80가구를 건립 중이며, 차차 늘릴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무인택배시스템을 독신여성 밀집지역인 마포, 신촌, 신림 등 100곳에서 시범 운영한다. 다가구 밀집지역엔 창문과 현관, 배관에 방범창과 비상벨 같은 안전장치 설치를 지원한다.
시는 또 독신여성들이 다른 사람의 시선에 대한 불편 없이 산부인과 등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시립 보라매병원에 여성전문진료센터를 설치했다. 흡연율(22.7%)과 음주율(69.6%)이 높은 서울 독신여성을 위해 맞춤형 금연·금주클리닉 운영도 확대한다.
조현옥 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그동안 독신여성은 노약자나 기초생활수급자 등에 밀려 복지 혜택에서 상대적으로 제외돼 왔다”며 “독신여성이 실제로 느끼는 불편을 헤아려 정책을 마련한 만큼 여성의 삶의 질을 높이는 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