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오래 간다!… 투자자 ‘안전자산 베팅’ 급증

입력 2012-09-12 19:16

시중자금이 안전자산으로 급속히 쏠리고 있다.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규모가 최근 3년 동안 8배 가까이 급증했다. 11일 첫선을 보인 30년 만기 국고채도 투자 수요가 급격하게 몰리면서 20년 만기 국고채보다 금리가 낮아지는 역전현상까지 나타났다. 통상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리스크가 커져 금리가 높다(채권 가치가 낮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에 주목하는 것은 현재의 글로벌 불황이 오래 간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저금리 기조 속에서 시중금리보다 조금 높은 수익률을 얻으면서 안전하게 돈을 굴릴 수 있는 금융상품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12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원금보장형 ELS 발행 규모는 2009년 2분기 6186억원에서 올 2분기 4조8947억원으로 7.9배 증가했다. 발행건수는 230건에서 1076건으로 4.7배 늘었다.

특정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에 연계해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ELS는 일반적 파생상품보다 위험이 적은 대신 수익도 낮다.

원금보장형 파생결합증권(DLS), 은행의 주가지수연동예금(ELD)도 각광을 받고 있다. DLS 발행액은 지난해 2분기 2조1880억원에서 올 2분기 4조2357억원으로 증가했다. ELD는 지난해 3월 말 기준 판매 잔액이 5조7925억원으로 2008년 말 2조5814억원보다 124.4%나 뛰었다.

또 이날 3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과 같은 3.02%로 마감해 이틀 연속 20년 만기 국고채 금리(3.06%)보다 낮았다. 3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발행금리(3.08%)보다 0.06% 포인트나 떨어졌다.

거래되는 채권의 금리가 발행금리보다 낮다는 것은 그만큼 사려는 투자자가 많아 채권 가치가 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불황, 저금리 기조 등을 감안하면 30년 뒤에 만기가 돌아왔을 때에도 국고채 가치가 지금보다 높거나 안정적이라고 투자자들이 판단한 것이다.

삼성증권 조완제 투자컨설팅팀장은 “금리 인하가 가속화되면 안전하면서도 예금보다는 추가 수익이 가능한 상품으로 자금 이동이 더 급격히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