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들 恨 사무친 ‘숨비소리 길’ 4.4㎞
입력 2012-09-12 18:54
‘우리는 제주도의 가이없는 해녀들/ 비참한 살림살이 세상이 안다/ 추운 날 더운 날 비가오는 날에도/ 저 바다에 물결우에 시달리는 이내 몸// 아침 일찍 집을 떠나 황혼되면 돌아와/ 어린 아이 젖먹이며 저녁밥 짓는다/ 하루종일 하였으나 버는 것은 기막혀/ 살자하니 근심으로 잠도 안오네’(강관순 작사 ‘해녀가’ 중)
제주올레길에 이어 해녀들의 한이 덕지덕지 서린 ‘숨비소리 길’이 탄생했다.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의 해녀박물관 주변에 조성된 4.4㎞ 길이의 도보여행길이 해녀축제 기간인 지난 9일 첫선을 보였다. 숨비소리는 물질을 마친 해녀가 수면 위로 올라올 때 내쉬는 소리를 일컫는 말.
해녀박물관에서 출발하는 숨비소리 길은 해녀들이 소라 전복 등을 캐기 위해 마을과 바다를 오가던 길로 밭담과 해안 조간대가 어우러진 순환코스로 이뤄졌다. 하도리 해안은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환해장성과 별방진,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고 불을 쪼였던 불턱, 돌담을 쌓아 안에 갇힌 물고기를 잡았던 원담 등 해녀와 관련된 유적이 유난히 많이 남아 있는 구간. 또 천연기념물 제194호인 모새달을 비롯해 우묵사스레피나무, 순비기나무, 큰비쑥 등 해안에서 자라는 희귀식물이 분포해 제주의 역사와 생태를 체험하기에도 좋다. 제주도 해녀 5000여명 중 하도리 해녀는 350여명으로 마을 단위로는 가장 해녀가 많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