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발언’ 수습 급한 黨-입장 정리 덜 된 朴, 엇박자
입력 2012-09-13 00:44
‘인혁당 발언’ 수습 문제를 놓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 사태를 조기 수습하기 위해 마음이 급했던 당과 명확한 입장 정리가 안 된 박 후보가 다른 목소리를 낸 것으로 관측된다. 양측의 파열음으로 대선을 앞둔 당이 자중지란에 빠졌다는 자조마저 나온다.
홍일표 당 대변인은 12일 박 후보의 인혁당 발언과 관련한 국회 브리핑에서 “박 후보의 표현에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드린다”며 “역사 관련 발언이 미흡하다는 여론도 경청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 “박 후보도 유신에 그늘이 있었고 민주주의가 위축됐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 사과는 아니지만 박 후보가 당 대변인을 통해 간접적인 사과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됐다. 홍 대변인 역시 ‘사과가 박 후보 측과 조율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 후보도 문제점이 있는 걸 알고 있다”며 “박 후보 측에서도 이런 발표를 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적절한 시기에 분명한 의사 표현이 있을 것이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홍 대변인의 말은 채 1시간도 안돼 뒤집혔다. 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워크숍에 참석했던 박 후보는 이상일 대변인이 홍 대변인의 브리핑 사실을 언급하자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 없다”고 부인했다. 홍 대변인은 박 후보 발언이 있은 후 “박 후보 쪽 의원에게 이런 식으로 브리핑하겠다고 얘기했는데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사태가 커지자 이 대변인은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후보가 과거 수사기관 등 국가 공권력에 의해 인권이 침해된 사례가 있었고 이는 우리나라 현대사의 아픔이라고 생각한다”며 “(후보의 생각은) 피해를 입으신 분들의 아픔을 깊이 이해하고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러한 내용의 브리핑이 “박 후보와 조율을 거친 것”이라면서도 “박 후보가 직접 발언한 것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박 후보의 생각을 얘기한 것”이라는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이 대변인은 또 ‘인혁당 사건에 대한 사과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내가 얘기할 게 아니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날 ‘해프닝’으로 당과 후보가 인혁당 발언 수습 문제에서 온도차가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당에서는 그간 “박 후보가 5·16과 유신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밝힐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인혁당 사건에 대해 박 후보가 “두 개의 판결이 있다”고 말하자 당에서조차 “잘못된 인식”이란 비판이 터져 나왔고, 과거에 발목 잡혀 대선을 그르칠 수 있다는 비관적 분위기마저 형성되고 있다.
이번 혼선으로 박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에 관해선 입장을 쉽게 바꾸지 않으리란 전망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한편 민주통합당 김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홍 대변인의 국민 기만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박 후보가 인혁당 발언을 사과할 뜻이 전혀 없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