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니컬러스 핀니가 전하는 北 태풍 피해… “거대한 파도 가옥·기반시설 덮쳐 처참”

입력 2012-09-12 21:02


북한이 지난 8월 한반도를 관통한 태풍 ‘볼라벤’으로 2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국제구호개발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의 아시아지역 긴급구호 총괄담당 니컬러스 핀니(38·사진)씨는 12일 국민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태풍 볼라벤은 북한에 피해규모 산출이 어려울 정도로 큰 피해를 입혔다”고 전했다.

핀니씨는 지난달 29일 대북지원기관인 EUPS(EU Programme Support Unit No.2)와 북한 수해 실태를 공동으로 조사하기 위해 함경남도 함흥을 찾았다. 나흘간 이 지역을 둘러 본 핀니씨는 “해안가 지역밖에 보지 못했지만 한눈에 봐도 매우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로수는 대부분 강풍으로 뿌리째 뽑혀나갔고, 거대한 파도가 가옥과 도시기반시설을 덮쳐 마을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도로와 교량이 유실되고 고립된 산간 지역은 산사태로 인한 피해가 컸다고 북측 인사들이 전했다.

그는 “태풍이 지나간 다음날 강풍에 지붕이 날아가고 벽이 무너져 내린 집 앞에서 할머니 한 분을 만났는데, 충격이 너무 커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며 “그나마 혼자 살던 할머니가 잠이 들지 않아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핀니씨는 이곳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임시가옥과 가옥수리 장비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EUPS와 공조해 필요한 재료와 장비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임시가옥의 경우 이재민이 약 한 달간 거주할 수 있다.

핀니씨는 “북한의 긴급구호나 아동구호에 관심이 있으면 언제든 세이브더칠드런 한국사무소로 연락해 달라”고 당부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태풍 피해 발생 직후 함흥시에 보관 중이던 긴급구호물품(가재도구, 간이 정수기 등)을 주민들에게 배포했다.

최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