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만시지탄 안철수 교수의 출마 입장 발표
입력 2012-09-12 21:54
충실한 정책 제시하고 후보 단일화도 속히 결론내야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드디어 대선과 관련해 보다 명확한 일정을 내놓았다. 그제 유민영 대변인을 통해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선출된 며칠 안에 대선 출마에 관한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상황이 이만큼 왔는데 불출마 의사를 밝히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위기여서 추석 연휴 이전 출마가 기정사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만시지탄이다.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그의 지나치게 신중한 행보와 트릿한 발언 때문에 12월 대선의 시계가 어두웠다. 몇 개 정당이 후보를 내며, 몇 명이 본선을 완주할 것인지 기본적인 구도조차 유동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이 과정에서 후보자의 비전이나 도덕성 및 자질 검증이 오랫동안 반쪽 상태로 방치돼 왔다. 그만큼 국민들은 국가 지도자를 선택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 자료에 접근할 기회를 차단당한 셈이다.
따라서 안 교수가 출사표를 던지게 된다면 가급적 빠른 속도로 충분한 내용의 비전과 정책, 공약들을 국민 앞에 내놓을 필요가 있다. 지난 7월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출간하긴 했지만 개론서에 가까운 내용이므로 국가미래, 정치 개혁, 경제 발전과 분배, 남북 관계, 외교 정책 등에 관한 구체화된 실행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국정을 함께 이끌고 갈 인물들의 면모도 속히 공개해야 한다.
또 다른 관심은 후보 단일화 문제다. 안 교수가 민주당과 후보를 단일화하지 않고 독자 후보로 계속 뛸 수도 있겠지만 이런 3자 구도로는 선거에 이길 수 없다는 게 양측의 공통된 인식이기 때문에 단일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 과정이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안 교수의 입당을 전제로 협상을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안 교수 측은 마뜩잖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 교수가 새로운 당을 만들거나 무소속 출마를 원할 경우 민주당은 대선 후보를 내지 못한 ‘불임 정당’이란 비판을 받을 것을 각오하며 단일화 협상에 임해야 한다.
단일화 방법도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김종필(DJP) 연합처럼 양측의 담판에 의해 결정하는 방식과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가 단일화할 때와 같은 여론조사 방식이 가능하다. 또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선 때처럼 여론조사와 현장투표를 조합한 방식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단일화 협상은 그때그때의 지지도 구도와 홍보 효과 등을 감안해야 하므로 난상토론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협상 과정에서 자기 진영만의 이익을 주장하다 분열상을 빚는 모양새를 노출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안 교수의 정치는 그간 신화에 가까웠다. 벤처 신화의 한 주역으로 대선 주자의 반열에 오른 이후 오랜 잠행으로 신비감을 증폭시키며 고공행진을 해왔다. 이제 안 교수는 신비감을 현실의 구체성으로 바꿔야 한다. 대한민국을 어디로 끌고 갈지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들의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 후보 단일화 문제도 출마 여부와 달리 현실적이고 빠르게 결론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