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막을 수 있었던 서진환 사건, 얼빠진 경찰

입력 2012-09-12 21:50

서울 중곡동에서 30대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살해한 서진환(42)이 범행 13일 전 면목동에서 또 다른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서진환은 지난해 11월 출소하면서 위치추적전자장치(전자발찌)를 착용했다. 그러나 경찰은 서진환의 면목동 범행 이후 관할 지역 성범죄자의 전자발찌 위치기록을 조회하지 않아 검거하지 못했다. 경찰이 업무를 철저히 수행했다면 살인사건을 막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면목동 사건을 수사했던 중랑경찰서는 서진환이 중곡동에서 살인사건을 저질러 광진경찰서에 체포되자 뒤늦게 서울동부보호관찰소에 위치기록을 조회했다. 그 결과 서진환이 면목동 사건의 범인으로 드러났다.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의 재범률이 낮아졌다는 이유로 위치 추적을 소홀히 한 것이다.

경찰의 황당한 행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경찰은 면목동 사건을 수사하면서 피해자의 몸에서 범인의 DNA를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자체 보유한 DNA 정보 데이터베이스에서 범인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서진환은 성폭행 전과가 있기 때문에 검찰은 그의 DNA 정보를 갖고 있었다. 국가기관 사이에 범죄자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던 것이다. 성폭행 사건의 경우 동종범죄 전과자를 조회하는 것은 수사의 기본 중 기본이다. 그런데도 성범죄자의 DNA 정보를 검찰과 경찰이 따로따로 관리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뿐이다. 잘못된 제도가 애꿎은 피해자를 만든 것이다.

흉포한 범죄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면서 국민들은 극도의 불안감 속에 살고 있다.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했다. 경찰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아동포르노 대책팀을 신설하는 등 온갖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국민들은 말뿐인 대책에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 수사의 기본을 지키지 않는 경찰의 일부 그릇된 수사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성폭행범의 DNA를 확보하고도 정보를 공유하지 못해 제2의 범죄를 막지 못하는 시스템을 보며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허탈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