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는 절제 속에서 빛나지요”… ‘SNL 코리아’ 통해 귀환한 ‘콩트의 신’ 신동엽
입력 2012-09-12 19:52
지난 6월 케이블 채널 tvN의 한 프로그램이 온라인상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화제의 프로그램은 생방송 코미디쇼인 ‘SNL(Saturday Night Live) 코리아 시즌2’. 당시 방송엔 개그맨 신동엽(41)이 출연했는데, 그는 변태 골프 강사 등 방송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19금(禁) 개그’로 큰 웃음을 선사했다. 왜 팬들이 그를 ‘동엽신(神)’으로 부르는지 짐작할 수 있는, 명불허전의 코믹 연기였다.
이후 두 달이 흐른 8월 말, 시즌제를 탈피해 정규 편성되는 SNL에 신동엽이 고정 멤버로 합류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SNL 수장인 안상휘 책임프로듀서(CP)는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섭외 비결을 묻는 질문에 “수차례 만나 설득했다. 삼고초려 이상의 공(功)을 들였다”고 답했다.
드디어 지난 8일 밤 11시, 신동엽이 합류한 SNL이 첫 방송됐다. 첫 방송은 매주 달라지는 호스트(초대 손님)가 온갖 코너를 통해 망가지며 웃음을 유발하는 기존 포맷 대신 고정 출연자들만이 출연하는 ‘크루쇼’로 진행됐다. 신동엽은 퇴폐 업소 취재에 열을 올리는 엉큼한 보도국장 등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시청자들은 ‘역시 신동엽’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최정상급 방송인 신동엽이 ‘예능가 대세’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아닌 정통 코미디쇼 SNL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최근 서울 상암동 CJ E&M 센터에서 만난 그는 “예전부터 콩트나 시트콤 등 개그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며 입을 열었다.
“콩트는 정말 품이 많이 드는 분야예요. 재밌는 대본이 꾸준히 나오기도 힘들죠. 하지만 관객이나 시청자 반응을 예상해 대본을 계속 고치고, 녹화에서 내가 예상한 부분에 웃음이 딱 터져 나오면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정말 자극적이에요. 그걸 아니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하면서도 개그 연기에 대한 갈증이 늘 있었던 거죠. 가슴에 헛헛함이 있었어요.”
SNL에 합류하며 신동엽이 내건 조건은 두 가지였다. ①호스트가 빛날 수 있는 방송이어야 한다. 방송을 재밌게 만들 수 있다면 나는 조연이든 단역이든 마다하지 않겠다. ②성인 코미디가 자연스럽게 방송에 녹아들어가는 건 괜찮다. 하지만 방송 전체가 ‘19금’ 위주로 가면 안 된다.
“야한 것 위주로 가면 한두 달 아주 재밌는 내용을 만들 순 있어요. 하지만 SNL이 오래 가려면 자극적인 것만 좇는 ‘19금 개그’ 중심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성인 개그의 1인자’로 통하지만 그의 개그가 보는 이들에게 불쾌감이나 거부감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베테랑 개그맨답게 신동엽 스스로 적정한 수준에서 자신의 발언 수위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친형이 청각 장애인인데 어릴 때부터 가족들끼리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 순간 형이 소외돼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생겨요. 그런 상황을 겪으면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발언의 수위나 내용 등을 조절하는 트레이닝이 자연스럽게 된 거 같아요.”
신동엽은 최근 방송 복귀를 선언한 강호동(42)과 함께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SM) 계열사인 SM C&C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많은 기획사 중 왜 SM과 손을 잡았는지 묻자 구체적 답변 대신 SM 회장인 이수만(60)과의 인연을 털어놨다.
“모교인 경복고 선배여서 데뷔할 때부터 친했어요. 사석에서도 자주 만났죠. 저한테는 ‘멘토’나 다름없는 분이에요. 다들 잘 모르시는데 사실 데뷔할 때 저는 SM 소속이었어요. (SM 소속 가수인) ‘슈퍼주니어’ 멤버 이특이나 은혁이 저한테 ‘SM 막내’라고 말할 때, 저는 ‘원년 멤버’라고 얘기해줘요. 그 녀석들은 저를 소속사 어른으로 공경해줘야 해요(웃음).”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