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보라카이’ 다낭을 아시나요

입력 2012-09-12 18:04


베트남 중부 도시 다낭(Da Nang)을 들어보셨는지. 베트남을 중장년이 좋아하는 기암괴석의 비경을 간직한 하롱베이의 나라쯤으로 기억하는 당신에게 이 도시는 낯설 것이다. 혹, 다낭이라고 발음하다가 중견작가 황석영이 베트남 전을 소재로 쓴 장편 ‘무기의 그늘’의 공간적 배경이 이곳이었구나 하는 가뭇한 기억을 떠올리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이미지, 이제 벗어버리자. 다낭을 통해 인도차이나 반도 동쪽 끝, 이 아열대 나라의 새로운 얼굴을 만나보자. 확 트인 해변과 야자수 그늘이 우리의 번잡한 일상에 멋진 쉼표 하나를 찍어줄 그런 휴양의 도시 ‘베트남의 보라카이’ 다낭을 말이다.

다낭은 통상의 해외휴양지에 비해 특별난 구석이 있다. 미국령 괌·사이판, 필리핀 세부·보라카이, 태국 파타야·푸껫,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한국의 젊은층이나 가족단위 여행객에게 인기 있는 이들 휴양지는 멀고 가까운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이 있다. 바로 넘쳐나는 한국인들, 그들로 하여금 반감되는 이국의 정취이다.

낯선 데서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자 하는 이에게 다낭은 진정 새로운 곳이다. 우리에게 생소하다고 휴양도시 다낭의 가치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 이미 그 진가를 먼저 알아본 유럽인들이 사랑하는 휴양지가 이곳이기 때문이다. 리조트 수영장에서 게으른 오후를 보내거나 혹은 한껏 편안한 복장으로 유적지를 찾는 유럽 여행객들을 심심찮게 조우하게 될 것이다.

다낭의 매력은 느림의 미학에 빠져들게 하는 해변의 휴양, 그리고 그 바다에서 즐기는 해양 스포츠의 짜릿함뿐 아니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같은 스펙터클한 유적에는 비할 바 못되지만, 다낭 인근의 두 도시 호이안(Hoi An)과 후에(Hue) 곳곳에는 고대 사원, 왕궁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유적들이 있다. 유서 깊은 이들 유적지를 둘러보며 잠시 과거로 미끄러져 가보는 것도 괌, 사이판 같은 다른 휴양지가 갖추지 못한 다낭의 장점이다.

◇다낭, 이곳에선 시간도 느리게 흐른다=호텔 수영장들이 바다를 껴안았다. 수영장 너머로 수평선이 바로 펼쳐진다. 이른 아침, 그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수영에 하루의 출발이 산뜻해진다. 수영에 지치면 야자수 그늘 아래 긴 벤치에 누워 소설책을 읽어도 좋을 것이다.

호텔에서의 게으른 휴식이 물릴 즈음엔 가뿐하게 짐을 챙겨 인근 도시의 유적지를 둘러보자. 단 이곳에선 도로에서의 시간도 천천히 흐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도로에는 자동차보다 오토바이가 더 많기 때문에 대체로 시속 40㎞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차가 마을을 통과할 때는 말리기 위해 널어놓은 나락이 도로 절반을 차지해 속도를 내기가 더욱 어렵다.

◇호이안과 후에… 유적 답사는 덤으로=180년 전 옛 모습을 오롯이 간직한 호이안의 구도심 자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1999년 등재됐다. 투본강 근처의 작은 도시인 이곳은 15∼19세기에는 중국과 일본의 도자기 수출 중계무역항으로 번성했다. 20세기 이후에는 선박들이 대형화하면서 포구가 좁고 얕은 호이안은 쇠퇴했지만 구시가지 곳곳에서 과거의 영광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은 맞춤옷으로 유명해 유럽 배낭여행객들이 파티복과 양복을 싼값에 맞춰가는 코스이기도 하다. 인근에는 고대 참파왕국 도시였던 ‘미손(My Son)’ 유적지도 볼만하다. 200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에는 무너진 사원의 잔해가 밀림 속에 간직돼 있다.

다낭 북쪽 해안도시 후에는 1802∼1945년 13대에 걸쳐 존속한 응우옌 왕조의 수도였다. 베트남의 경주인 셈이다. 후에 왕궁은 1993년 베트남 최초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태화전 등의 건축 양식에서 중국 자금성을 모방해 중국 지배 흔적이 느껴진다. 규모가 큰 4대 왕 트득 왕릉과 유럽 스타일을 수용한 12대 왕 카이딘 왕릉이 눈길을 끈다.

여행메모

올 3월부터 대한항공(월·목·금·일 출발)과 아시아나 항공(월·수·토 출발)이 각각 인천-베트남 다낭 정기 직항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다낭까지는 4시간30분 소요된다. 여행사들은 다낭과 함께 인근 유적도시 호이안과 후에를 둘러볼 수 있는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하나투어는 관광형으로 ‘다낭+호이안+후에 5일’ 상품을(79만9000원부터), 휴양형으로 ‘다낭+호이안 6일’ 상품(109만9000원부터)을 내놓았다(1577-1233).

다낭·호이안·후에(베트남)=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