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청춘, 바둑을 말하다

입력 2012-09-12 18:04


예전과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바둑을 두는 기원의 풍경, 어린이들이 경합을 펼치는 바둑대회, 70개국이 넘는 세계 각국 선수들이 모여 즐기는 바둑 축제, 어머니들이 모여 수담을 나누는 풍경 등이 예전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바둑’의 이미지를 딱딱하고 고루한 아저씨들만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생각하는 힘’을 잃은 젊은이들은 화려하고 자극적인 영상에 길들여져 나무로 만든 바둑판과 흑과 백의 단조로운 색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바둑이 단지 지루하고 머리 아픈 게임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그들은 바둑판에서 펼쳐지는 천태만상의 긴장감 넘치는 재미와 인생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는 바둑에 녹아있는 삶의 유희와 낭만을 알지 못한다. 이런 재미있는 게임, 소중한 문화가 점점 젊은이 사이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에 여자프로기사회가 ‘청춘, 바둑을 말하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홍익대 젊은이의 거리로 나섰다.

그동안 바둑이 좋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 사이에 인식돼 왔다. 최근에도 아이들의 두뇌개발과 집중력은 물론 인격수양을 위해 바둑교실을 보내는 어머니들이 많다. 또한 인터넷 바둑이 주목 받으며 기존에 바둑을 두던 장년층은 인터넷 바둑을 애용하고, 노년층은 친구들과 더불어 삼삼오오 기원에 모여 정겹게 수담을 나눈다.

하지만 정작 대학에 진학하고 성인이 돼 바둑을 배우려고 하면 쉽게 떠오르는 곳이 없다. 2008년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바둑을 배우지 못한 이유로 ‘배울 기회가 없어서’가 단연 압도적인 답변을 차지했다. 그동안 젊은이들에게는 접할 기회가 없었지만 배울 수 있는 공간도 제공되지 않았다.

이에 이번 행사는 그들이 바둑을 접해 볼 수 있는 체험존 형식으로 펼쳐진다. 기존 틀을 벗어나 여러 가지 색상으로 만들어진 컬러 바둑판과 컬러 바둑알을 사용하고, 기존의 19줄이 아닌 9줄, 11줄, 13줄 등 그동안 알지 못했던 바둑의 새로운 멋과 재미를 알릴 계획이다. 이날 행사는 짧은 시간에 바둑을 배울 수 있는 세 가지 바둑 체험존, 컬러 바둑판과 알로 그림 그리기, 바둑 퀴즈, 바둑 사진전, 오목대회 등 바둑으로 즐길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진다.

이달 21일 낮 2시부터 7시까지 펼쳐지는 ‘청춘, 바둑을 말하다’는 홍익대 맞은편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홍대 놀이터’ 야외에서 진행된다. 여자기사회가 주최 및 주관이 되고 대학바둑연맹, 프로기사를 사랑하는 모임, 바둑으로 세상을 바꾸자 모임, 명지대 바둑학과 등 바둑계의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며 바둑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만들어진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