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조방꾼, 뚜쟁이, 거간꾼

입력 2012-09-12 18:41

조선시대, 인구가 많고 상공업이 발달한 지역에는 색주가가 존재했다. 양반을 비롯해 돈 많은 남성들이 이곳에서 술과 기생들의 성(性), 춤을 샀다. 색주가에는 ‘조방(助房)꾼’이 있었다. ‘뚜쟁이’다. ‘조방’은 원래 관료나 부호들이 바둑을 두거나 그림을 그릴 때 도와주면서 그들의 보살핌을 받는 식객을 일컬었다고 한다.

200여년 전인 조선 순조 때 문인 조수삼이 쓴 ‘추재기이(秋齋紀異)’에 ‘조방꾼 최씨’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조수삼은 최씨가 ‘벙어리’로 불릴 만큼 입이 무거웠다고 적었다. 성을 사려는 손님에게 원하는 기생을 제때에 연결시켜준 뒤 이를 발설하는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최씨와 거래하면 비밀이 절대 보장된다는 점이 입소문을 타고 번지면서 손님들이 꼬여들었고, 그 덕에 그는 엄청난 부자가 됐다는 게 골자다.

이중배(李仲培)라는 조방꾼도 등장한다. 그는 어느 날 자신과 거래하던 부잣집 자제 10명에게 “국색(國色)이 나타났으니 10냥을 보내십시오”라는 통지를 보내 당시 집 두 채 정도 살 수 있는 100냥을 선불로 받아냈다. 약속 날짜에 색주가에 도착한 자제들은 자기만 연락 받은 것으로 알고, 나머지 9명이 사라져주기만을 기다렸다. 이중배는 이들과 1대 1로 만나 다른 사람들이 왜 가지 않는지 모르겠다면서 능청을 떨었다. 그러다 날이 밝았고, 자제들은 그냥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사기를 친 것이다.

서울 강남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룸살롱을 운영하던 김모씨 형제가 얼마 전에 구속됐다. 검찰이 밝힌 혐의 내용은 이렇다. ‘2010년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남성 손님과 여성 종업원들 사이에 하루 평균 200회씩 총 8만8000여회로 추정되는 성매매를 알선했다. 그리고 수십억원의 세금을 탈루했다.’ 이 룸살롱의 여성 종업원 수가 400여명이라고 하니, ‘기업형 조방꾼’이라 할만하다.

최근 경찰에 붙잡힌 송모씨는 ‘인터넷 성매매 거간꾼’이다. 인터넷상에 사이트를 운영하며 성매매 업소와 남성을 연결시켜 주고 업소로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20억원을 챙겼다. 2008년부터 운영된 사이트의 회원은 20만명에 이르며, 사이트에 광고를 낸 성매매 업소는 400여개에 달했다. 성을 팔고 사는 행위는 보안 유지를 위해 사전 예약제로 이뤄졌다.

특별법까지 만들어 가며 성매매와의 전쟁을 벌인 지 8년이다. 그러나 성매매는 대형화·조직화되는 추세다. 수법은 교묘해지고 있다. 보완책을 모색해야 할 때가 됐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