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잘 만나서… 미성년자 보유 주식 4조 육박

입력 2012-09-12 18:56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나 주식갑부 반열에 오른 미성년자가 1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성년자들이 보유한 주식의 평가액은 1년 새 4배 가까이 증가했다. 부자들은 ‘증여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자녀에게 조금씩 주식을 물려주고 있다. 편법 증여가 늘어날수록 서민들의 박탈감은 커진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9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보유한 주식의 평가액은 3조9510억원에 이르렀다. 2010년 말(1조1290억원)보다 3.5배 늘어난 수치다. 미성년 주주의 수도 2010년 말 6만7000명에서 지난해 말 9만2000명으로 뛰었다. 이들은 1인당 평균 4295만원어치의 주식을 갖고 있었다.

미성년자의 주식보유액은 2007년 1조4810억원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6350억원으로 내려앉았지만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지난해 4조원에 근접할 정도로 치솟았다. 특히 지난해 말 미성년자들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왕성한 경제활동을 하는 25∼29세 인구의 보유주식 평가액(3조4980억원)보다 많았다.

현재 만 20세가 되기 전에는 혼자 증권계좌를 개설할 수 없다. 그럼에도 미성년 주주가 많은 것은 증여세를 피하려는 부자 부모의 ‘꼼수’ 때문이다. 증여세는 재산을 잘게 쪼개 긴 시간동안 물려주면 낮아진다.

2010년 기준으로 주식을 증여받은 미성년자 5989명 중 2213명이 10세 미만이었다. 이들이 신고한 액수는 7210억원으로 1인당 신고가액이 약 1억2000만원이다. 신고가액 50억원을 넘은 미성년자는 6명이었고, 이 중 2명은 10살이 채 되지 않았다.

또 부모에게 막대한 부동산을 물려받아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는 미성년자도 2010년 기준으로 171명에 달했다. 이들이 내야 하는 세금은 4억1800만원이었다. 현재 종부세는 6억원 초과 주택(1가구 1주택자는 9억원 초과), 종합합산 토지 5억원 초과, 별도합산 토지 80억원 초과일 경우에 부과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버지의 부가 자녀의 부로 이어지는 사회는 서민들의 절망감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