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美 영사관 피습] ‘9·11’에 또 공격당한 미국… 대사 등 4명 사망

입력 2012-09-12 15:00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가 9·11테러 11주년인 11일(현지시간) 리비아 동부 도시 벵가지에서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고 숨졌다.

스티븐스 대사는 이날 밤 리비아 제2의 도시 벵가지에 있는 미국 영사관에 들렀다가 무장세력의 로켓포(RPG)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고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와 CNN방송 등이 보도했다.

스티븐스 대사 경호원 2명과 공관 관리 1명도 숨졌다. 미국 대사가 무장세력 공격으로 사망한 것은 1979년 이후 처음이다. 미 정부는 해외 공관을 겨냥한 추가 공격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안보당국은 공관 공격이 사전에 계획된 것인지 검토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총과 로켓포로 무장한 리비아 시위대 수십명은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가 이슬람권을 모독했다며 총을 쏘며 영사관 건물 내부로 진입을 시도했다. 영사관을 경비하던 리비아군이 응사, 교전이 벌어졌으나 시위대 일부는 건물에 난입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시위대 난입 이후 영사관 건물에서 안전지대로 피신하다 그가 탄 차량을 향해 발사된 로켓포 공격을 받았다. 알자지라 방송은 스티븐스 대사가 연기에 의한 질식으로 숨졌다고 전했다. 그는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대사관에서 미 문화원 개관식 참석차 벵가지에 들렀다 변을 당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도 같은 날 시위대 3000여명이 미 대사관 앞에서 미국 영화에 대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일부는 대사관 담장을 넘어 성조기를 찢거나 불로 태웠다. 이들은 영화 ‘무슬림의 순진함(Innocence of Muslims)’이 선지자 무함마드(마호메트)를 모욕했다고 주장했다.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은 14일 전국적인 반(反)영화 시위를 열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리비아 정부와 함께 공격 가담자들에게 정의를 실현할 것”이라며 “어떠한 테러 행위도 미국의 다짐을 흔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전 세계 공관과 미 정부 직원에게 안보 강화를 지시했고, 국방부는 해병대 테러대응팀을 리비아에 급파했다.

리비아 의회는 비상사태 선포를 검토 중이다. 무스타파 아부샤구르 리비아 부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미국과 자유사회에 대한 공격”이라며 “특히 영사관을 공격한 것은 비겁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