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美 영사관 피습] 美 대사 피신중 로켓포 피격… ‘기획 테러’ 가능성
입력 2012-09-13 00:39
리비아 벵가지와 이집트 카이로에서 거의 동시에 벌어진 무장세력의 미국 대사관 및 영사관 공격은 사전에 계획된 테러일 가능성이 높다.
두 곳에서 발생한 무장 공격이 상당히 치밀하게 이뤄졌고, 미국 대사를 목표로 했으며, 로켓추진 수류탄 발사기까지 동원되는 등 미리 준비한 흔적이 역력하다. 미 정보당국도 이 같은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정보당국은 우선 사망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리비아 주재 미 대사의 동선이 무장세력에 노출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9·11테러 11주년인 11일(현지시간) 문화원 개관 행사 참석차 대사관이 위치한 트리폴리를 떠나 벵가지에 도착했다.
무장세력은 수류탄 발사기로 대사가 탄 차량을 정확히 타격했다. 리비아 보안 소식통은 “스티븐스 대사가 연기에 의한 질식으로 사망했다”고 말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전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당시 무장 시위로 신변이 위태로워 경호원 두 명과 함께 차를 타고 안전 지역으로 이동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호원들도 현장에서 사망했다. 시신은 곧바로 벵가지 공항에 옮겨져 트리폴리로 향했다. 알자지라는 “독일의 미군 기지로 옮겨질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 영사관 직원들은 무장 시위가 예견됨에 따라 일찍 영사관을 떠나 시위대가 영사관 안쪽으로 비교적 쉽게 난입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무장세력은 인근 농장에서 영사관을 조준해 로켓추진 수류탄을 발사했으며, 일부는 화염병을 영사관 내로 던지기도 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자칭 ‘이슬람율법 수호자들’이라는 단체가 벵가지 영사관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가 알카에다 또는 아라비아반도지부(AQAP) 등 테러 집단과 관련이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최근 미 정보당국은 리비아나 시리아 등에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대거 침투해 활동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9·11을 전후해 미국인이나 해외 미 정부시설에 대한 테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대사를 공격한 세력이 사망한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잔당들이라는 분석도 있다. 리비아 내무부 장관 와니스 알 샤리프는 “공격자들은 카다피레 충성분자들”이라고 말했다.
카이로 미 대사관 앞 시위에도 테러 그룹이 참여한 정황이 있다고 언론들은 분석했다. 분노한 무장 시위대가 모인 곳곳에서는 검은 깃발이 내걸렸다. 검은 깃발은 알카에다 조직이 자신들을 내세울 때 주로 사용한다.
3000여명의 시위대는 대사관 앞에서 ‘알라 외에 신은 없다. 무함마드가 신의 메신저다’라고 쓴 검은 깃발을 흔들었다. 이들은 대사관 구내에 진입해 성조기를 내려 찢고 불태웠다. 외신들은 시위대가 대부분 이슬람 근본주의자인 살라피스트들이었다고 보도했다.
김명호 김지방 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