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 성폭력 피해아동 쉼터가 없다
입력 2012-09-11 15:30
친족 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들이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대구해바라기아동센터에 따르면 전국에 친족 성폭력 피해자가 머물 수 있는 기관은 경북 김천시와 경남 창원시에 있는 ‘친족 성폭력 아동청소년 전용 쉼터’ 2곳뿐이다. 2010년에 만들어진 이 시설은 여성가족부 지원기관으로 수용 인원은 각각 15명이 전부다.
다른 지역은 상황이 더 나쁘다. 대구의 경우 친족 성폭력 피해자 전용 시설은 없고, 일반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1곳만 있다. 비공개 시설인 이곳은 수용 인원이 12명이며 여성긴급상담전화(1366)나 성폭력상담소의 요청에 따라 피해 여성의 입소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이곳도 수용인원이 가득 차 더 이상 자리가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전국을 다 합쳐도 시설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친족 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 수는 100∼200명 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친족 성폭행 및 성추행 건수는 389건이다. 통상 경찰에 신고 된 건수의 20배 정도 더 많은 친족 성폭력이 발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따라서 한해 친족 성폭력 건수는 6000∼7000건일 것으로 추산된다.
친족 성폭력은 피해자 나이가 어린 경우가 대부분이고 장기간 범행이 이어진다. 이 때문에 피해자가 안전하게 가해자와 떨어져 지내며 상담 등 치료받을 수 있는 공간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수용능력으로는 그 수요를 감당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나마 있는 시설도 환경이 열악하다. 15명이 정원인 경북 친족 성폭력 아동청소년 전용 쉼터의 경우 피해 아동들의 절반 정도가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다. 아이당 1명 이상의 보호자가 필요하지만 전체 직원은 고작 6명에 불과하다.
대구해바라기아동센터 심보영 부소장은 “성폭력 피해 아동들은 좀 더 특별한 관리를 받아야 하지만 정부 지원이 없어 힘들다”면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관리자가 소규모 보호 시설을 운영하는 ‘그룹홈’ 시설이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