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세일 앤드 리스백’ 최초 도입

입력 2012-09-11 22:09

우리금융이 다음 달부터 집이 팔리지 않아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하우스푸어’의 집을 사실상 사주는 ‘세일 앤드 리스백(Sale & lease back)’ 프로그램을 국내에서 처음 도입한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11일 “이르면 다음달 초 약 900억원 규모로 세일 앤드 리스백 프로그램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일 앤드 리스백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채무자의 집을 금융기관이 사주고 이를 재임대해 채무자의 빚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시행한 바 있다.

우리금융의 세일 앤드 리스백 대상자는 우리은행에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고객이다. 다른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에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사람은 제외된다. 또 단순히 담보인정비율(LTV) 초과자보다는 연체 기록이 있어 실질적으로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집주인에게 우선 집중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방식은 BoA처럼 직접 집을 사주는 대신 은행의 신탁계정을 이용키로 했다. 일종의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신탁 후 재임대)’으로 볼 수 있다. 신탁방식을 선택한 것은 부동산을 직접 구입하게 될 경우 내야 하는 취득·등록세의 부담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신탁계정에 부동산 관리·처분권을 내놓으면 은행과 집주인은 수익증권을 나눠 가진다. 은행은 수익증권을 발행하거나 투자자를 모집해 재원을 모은다. 부동산 소유권에 대한 관리는 우리투자증권이 맡을 예정이다.

우리금융뿐 아니라 다른 금융사들도 세일 앤드 리스백 프로그램 검토에 들어갔다. 민병덕 KB국민은행장은 “하우스푸어를 돕는 차원에서 세일 앤드 리스백을 살펴봤다”며 “개별 은행이 아니라 다른 전담 금융기관이 맡아서 하는 등 범국가적 차원으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