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미끼로 다단계 판매 강요… 강북으로 스며드는 ‘거마대학생’
입력 2012-09-11 18:58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을 다단계 판매 조직에 끌어들여 돈을 갈취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11일 지방대생 등을 상대로 방송국 등에 취업시켜 준다고 속여 서울로 상경하게 한 뒤 집단 합숙을 시키며 물건을 강매한 혐의(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최모(30)씨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최씨 등은 2009년 7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천호동에 숙소를 차려놓고 취업 알선을 미끼로 찾아온 대학생 등에게 ‘다단계 판매원이 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속였다. 이들은 가입한 회원 146명에게 집단합숙을 강요하고 커피, 비누, 치약 등 생활용품을 비싸게 강매해 4억6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새로운 판매원을 데려오면 그들이 물건을 산 금액의 17%를 떼어주겠다”고 속이는 방식으로 신입 회원을 끌어들였다. 돈이 없다는 대학생에게는 대부중개업체를 통해 1000만원이 넘는 대출을 받도록 알선하기도 했다.
피해 학생들은 돈은 못 벌고 빚만 지게 되자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새로운 판매원을 피해자로 끌어들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거마대학생’과 관련된 불법 다단계 범죄가 최근 단속을 피해 강북 지역까지 스며들고 있다”고 말했다. ‘거마대학생’이란 불법 다단계판매에 빠진 대학생들이 주로 서울 거여동과 마천동 일대에서 합숙하는 경우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