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희망 머레이, 그가 희망인 이유를 증명하다… 기필코 US오픈서 정상
입력 2012-09-11 18:49
4전5기 만에 마침내 ‘영국의 희망’이 현실이 됐다. 테니스 발상지이지만 오랫동안 변방에 머무르던 영국은 2005년 혜성같이 나타난 앤디 머레이(25)에게 ‘영국의 희망’이란 별명을 붙였다. 로저 페더러(스위스)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라파엘 나달(스페인) 등 3강에 밀려 항상 우승문턱에서 좌절했던 머레이가 마침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우승, 그동안 맺힌 한을 풀었다.
세계랭킹 4위인 머레이는 1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플러싱메도의 빌리진 킹 국립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대회 남자단식 결승에서 지난해 우승자 노박 조코비치(2위·세르비아)를 4시간 53분에 걸친 대접전 끝에 3대 2(7-6 7-5 2-6 3-6 6-2)로 물리치며 메이저 첫 승의 꿈을 이뤘다. 영국 선수가 메이저대회 남자단식 정상에 오른 것은 1936년 이 대회 프레드 페리 이후 76년 만이다.
지금까지 메이저대회 단식 결승에 4차례 올랐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머레이는 우승 상금 190만 달러(약 21억4600만원)를 획득했다. 또 런던올림픽 단식 준결승에서 조코비치에 이긴 뒤 우승한 여세를 몰아 조코비치전 2연승의 호조를 이어갔다.
경기 전 6승8패로 조코비치에 열세였던 머레이와 조코비치의 이날 승부는 기술을 넘어 정신력의 대결이었다. 1세트부터 결승전 타이브레이크 기록을 깨는 접전 양상이었다. 머레이의 승리로 끝난 타이브레이크 점수는 12-10. 타이브레이크 점수 22점은 종전 기록 20점을 넘어섰다. 1976년 지미 코너스와 비욘 보리, 1987년 이반 렌들과 매츠 빌란더의 결승에서 나온 11-9가 US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나온 최장 타이브레이크 기록이었다.
첫 두 세트를 따낸 머레이에 맞서 조코비치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3, 4세트를 가볍게 가져와 세트스코어 2-2 동점을 만들었다. 역전패의 분위기가 감돌 무렵 머레이가 마지막 안간힘을 썼다. 5세트에서 상대 첫 서브게임을 따내며 게임스코어 3-0으로 앞서 승리를 예감한 머레이는 4-2에서 조코비치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화된 틈을 타 6-2로 경기를 끝냈다. 조코비치는 5-2에서 메디컬타임을 요청해 다리 마사지를 받았지만 분위기를 돌려놓지는 못했다.
우승이 확정되자 머레이는 잠시 코트에 웅크려 머리를 감싸 쥐고 기뻐하다가 곧 일어나 담담한 표정으로 우승을 받아들였다.
머레이는 “경기 환경이 무척 까다로웠다”며 “조코비치가 최선을 다해 경기하는 바람에 3,4세트는 정말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현역 시절 4전5기만에 메이저 첫 승을 거머쥔 코치 이반 렌들(52·체코)에게도 고마움을 표한 머레이는 “그는 힘든 시간을 잘 버티도록 도와줬다”며 “기분이 정말 좋다. 최고의 여름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제자와 마찬가지로 렌들도 1981년 프랑스오픈을 시작으로 1982년 US오픈, 1983년 호주오픈과 US오픈 결승에서 연달아 패하다 다섯 번째 도전이던 1984년 프랑스오픈에서 드디어 메이저 우승의 꿈을 이뤘고 이후 메이저 대회에서 7차례 우승을 보탰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