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결혼식추진운동본부 이탁인 본부장 “스·드·메 100만원이면 끝! 결혼식 비쌀 이유 있나요?”

입력 2012-09-11 17:39


“그러니까 ‘스드메’가 100만원이란 거죠?” “그런 셈이죠.”

“‘스드메’ 모두 서울 강남에 있는 숍들에서 하는 거 맞나요?” “예. 그렇습니다.”

“정말 100만원에 그게 다 돼요?” “예.”

서울 청담동 웨딩 타운에 자리한 ‘무료결혼식추진운동본부(이하 무결추)’ 사무실에선 결혼시즌을 맞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런 상황이 연출된다. ‘스드메’란 결혼식에 필요한 3종세트인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스드메의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른다고 할 만큼 고가의 세트도 있지만, 평균 200만∼300만원선. 그런데 무결추에선 강남의 일류 숍에서 진행되는 데도 100만원밖에 안 든다고 하니 예비신부들이 믿기지 않아 확인, 또 확인하는 것.

지난 6일 무결추 사무실에서 만난 예비신부 최민희(30)씨도 그런 경우였다. “신랑이 ‘인터넷에서 무결추를 봤다’며 추천했을 때 싸구려 숍들에서 대충 흉내만 내는 게 아닌가 싶어서 불안했었다”는 최씨는 직접 와서 앨범과 드레스 사진들을 본 다음 지난 6월에 예약을 마쳤다. 이날 예비신랑 김승언(33)씨와 함께 신혼여행 옵션 확인을 위해 사무실에 들른 최씨는 웨딩앨범을 다시 보면서 “이 정도면 300만∼400만원짜리 패키지 못지않다”고 만족해했다.

무결추 이탁인(51) 본부장은 “회원들은 스드메가 100만원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기부금 10만원과 스튜디오 촬영비 90만원을 내는 것이고, 드레스와 메이크업은 무료”라고 그 내역을 설명했다. 회원들에게 무료로 대여해주는 웨딩드레스와 메이크업 비용은 여성가족부 등 공공기관의 지원금과 회원들의 기부금, 다른 혼수업체에서 받는 소개비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혼수 업체들이 무결추 회원들에게는 싸게 받지만 회원 숫자가 많다보니 소정의 소개비를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회원이라도 추천 업체에서 혼수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시중보다 저렴해서 회원 대부분이 이용하고 있단다. 그는 또 “드레스와 메이크업 비용이 생각보다 그리 비싸지 않아 가능한 것”이라면서 일반인들이 웨딩컨설팅회사를 통할 때는 마케팅 비용이 더해져 비용이 커지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본부장은 “웨딩 예약을 할 때 최소 3곳 이상에서 견적을 받아본 다음 비용과 참여 업체, 사진 촬영 내용 등을 꼼꼼히 비교해보라”고 당부했다. 특히 사진 촬영은 스냅사진을 특약으로 넣어 값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

‘저렴한 세트’를 내놔 웨딩 상권의 물을 흐리고 있는 그를 주변 웨딩컨설팅업체에선 곱지 않게 바라본다. 또 더러는 일반 업체의 비용 절반만 받아도 큰 돈벌이를 할 텐데 드레스와 메이크업을 무료로 해주는 그를 ‘바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그런 이들에게 이 본부장은 “무결추는 사업체가 아니라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이라고 간단명료하게 답한다.

대학 졸업 후 웨딩 관련 사업을 했던 그는 “부모의 체면치레와 신랑신부의 과시욕 때문에 허례허식으로 치닫는 혼례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1999년 무결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경기 안산의 작은 연립에 살고,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면서도 비영리단체를 고집하고 있는 그가 이재에 밝은이들에게는 어리석게 보일 수밖에 없다.

“할아버지가 지어준 이름값을 하기 위해서죠. 하하…. 높을 탁(卓)에 어질 인(仁)자를 써요. 어려서부터 높고 착한 사람이 될 거라는 어른들 말씀을 가슴에 새겼어요.”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어 무결추를 시작했다는 그는 “결혼식을 알뜰하게 치른 신랑신부들이 고마워할 때 더없이 행복하다”고 했다.

“옛날에는 딸 시집보낼 집에서 목화솜이 없다고 하면 옆집에서 솜과 함께 일손도 빌려줬지요. 혼례는 마을사람들이 같이 준비하고 즐기는 동네잔치였습니다.”

그는 서로 돕고 나누던 혼례문화가 1980년대 웨딩홀이 등장하면서 허례허식이 일반화됐고, 90년대 웨딩컨설팅업체가 영업하면서 결혼식 비용은 더욱 증가돼 최근에는 ‘웨딩 푸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결혼식은 보여 주기 위한 것이 절대 아니므로 분수에 맞게 치르면 된다”고 강조한 이 본부장은 최근 결혼식을 뜻있게 치르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반갑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결추를 찾는 이들은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었는데, 몇 해 전부터는 의사 법조인 교사 공무원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발길이 잦아졌다는 것.

올해 안에 광역시 지부를 발족할 계획이라는 그는 앞으로 깔끔한 웨딩홀을 마련해 결혼식 비용을 더 낮출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또 회원사들이 원가를 공개하면 소비자들이 마음에 드는 업체를 직접 골라 계약할 수 있게 해 혼례 시장을 정화할 수 있는 웨딩오픈 마켓 설립도 꿈꾸고 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