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변영인] 사랑스런 10대들에게
입력 2012-09-11 18:50
태어나서 십년 남짓 삶을 살아온 사람들을 사춘기 10대라고 말하지. 학교라는 울타리 속에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학창시절은 어른이 된 지금 생각해 보아도 규범 속에서 때로 숨이 막혔던 추억을 되살려내기가 어렵지 않네.
‘나는 누구인가’를 만들어가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준비하는 시기의 10대들.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에게 있어서 최선의 것이라 할 만큼 값진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아름다운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감수성, 감동하고 감격하는 맑은 영혼, 슬픔도 소망으로 꿈꾸는 마음가짐 등…. 너희들을 바라볼 때 어른들이 더욱 부끄럽고,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주지 못한 우둔함을 깨닫는단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험하기만 한 곳도 아니고 어른들은 그리 험한 사람들만이 아니란다. 비록 지금의 너희들만치 청결하고 순수하지는 않지만 어지러운 나라와 험준한 시대를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생각하며 가장 좋은 것을 택하려고 애를 쓰며 살아왔단다. 그 애씀의 깊은 곳에는 언제나 너희들에 대한 간절한 바람과 사랑이 한순간도 끊이지 않았었지….
소중하고 귀한 10대들아! 사람은 때때로 자기의 속사람과 만나는 조용한 심연을 마련하는 동시에 지고의 뜻으로 유구한 것과, 잠시 반짝였다가 순간에 사라지는 것들의 덧없음을 구분해야 한단다. 세상 속에서 그동안에 겪었던 고통, 갈등, 회의와 상처 등이 차라리 교훈이 되기를 빈다.
손 붙잡고 눈 마주치며 너만의 아픔을 토닥이며 가슴을 열도록 들어줄 이 없다고 안타까워했지만 벌들이 꽃술의 깊은 곳에서 꿀을 캐어 머금듯 살아갈 많은 날들을 위해 이 모든 것은 준비하는 과정으로 알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하자. 결코 못 이긴다고 피하거나 원망, 분노하지 말자. 지식과 지혜는 다름을, 지혜는 그 고통의 과정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최고치임을, 아침이 오지 않은 밤이 있을 수 없듯 어두운 밤 후에 아침이 옴을 알자.
내게 주어질 아침을 준비하기에 인생의 옷에 첫 단추를 바로 찾아 끼우자. 이것이 가장 소중한 작업임을 매일 아침 내 교복의 첫 단추를 끼우면서 확인하자. 어설픈 어른들의 흉내 내느라 급히 첫 단추를 잘못 잠그면 맨 마지막 단추는 끼울 곳이 없어 제자리를 잃고 삐져나온 것을 볼 수 있었지? 10대는 첫 단추처럼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기임이 분명하단다.
변영인(동서대 교수·상담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