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항만개발 국고 낭비, 제 돈도 이렇게 쓸 건가
입력 2012-09-11 18:45
정부가 전국에 항만시설을 과도하게 건설하면서 막대한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국토해양부가 새누리당 최봉홍 의원에게 제출한 ‘전국 항만 투자 및 운영 현황’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5년간 항만개발에 35조6719억원을 사용했다. 또 정부가 2002년 이후 민간 항만 사업자들에 보조한 예산은 1조2576억원에 달했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은 것이다.
투자용도별로 보면 일반 부두 4조5016억원, 컨테이너 부두 4조6189억원, 방파제·배후도로 등 항만 기반시설 건설에 26조5514억원을 투입했다. 김대중 정부 6조8652억원, 노무현 정부 15조466억원, 이명박 정부가 13조7601억원을 썼다.
정부가 엄청난 예산을 투입한 탓에 전국 항만들의 평균 시설확보율은 1999년 86.5%에서 지난해 99.0%로 늘어났다. 문제는 우리나라 물동량의 90% 이상이 몰리는 부산항과 인천항의 컨테이너 부두 시설확보율은 각각 87.5%와 56.1%에 불과한 반면 물동량이 크게 부족한 다른 항만들은 시설을 놀리고 있다는 점이다. 물동량 대비 시설확보율을 보면 속초항 2031.3%, 여수항 840.8%, 진해항은 293.7%에 달하고 대부분의 항만들도 135%를 웃돌고 있다.
항만시설이 수요를 크게 초과한 탓에 항만 운영업체들은 하역료 인하 등 출혈경쟁에 따른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또 물동량을 확보하기 위해 컨테이너 보조금을 주는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돈 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지자체의 재정압박은 해당 지역의 다양한 사업 추진에 차질을 초래할 뿐 아니라 중앙정부의 국고를 축낼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도로 항만 철도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은 건설비는 물론 유지·보수비로도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정확한 수요예측과 효율의 극대화를 전제로 추진해야 한다. 정치적 이유 등에 휘둘리지 말고 먼 장래를 내다보는 자세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경제성과 타당성을 도외시하고 무턱대고 건설하면 철거도 할 수 없는 애물단지요,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뿐이다.
국토부 공무원들은 무작정 예산을 높게 책정하고, 사용하지 않을 경우 예산과 조직이 축소될 것을 우려해 펑펑 쓴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들의 국고 낭비 행태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알뜰살뜰하게 모은 제 돈이라면 이렇게 낭비할 리가 없다. 여야 대선 후보들은 무분별한 항만시설 건설에 따른 폐해를 거울삼아 포퓰리즘에 편승하는 SOC 공약 남발을 자제해야 한다. 대선 공약을 발표하기 전에 타당성과 실현가능성, 재원조달 방안 등을 면밀히 점검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