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홍순영] 국가신용등급과 중소기업
입력 2012-09-11 18:44
지난 6일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가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달 27일 무디스가 우리 신용등급을 ‘A1’에서 ‘Aa3’로 상향 조정한 데 이은 것으로서 국가적 경사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더블A(AA)’ 국가로 인정받았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향후 우리 금융기관 및 기업의 국외 자본조달과 투자유치에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국가신용등급은 경제상황을 나타내는 지표가 아니라 국가 채무이행 능력을 표시하는 것이다. 신용등급이 올랐다는 것은 빚 갚을 능력이 나아졌다는 것이지 실물경기가 좋아졌다는 것을 뜻하는 건 아니다. 우리가 신용등급 상향을 마냥 좋아하고 자랑할 수 없는 이유다.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성장속도가 급속히 둔화하고 수출부진과 내수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내수침체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반영하여 신용등급 상향으로 상승했던 종합주가지수가 다시 뒷걸음질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그린북에 따르면 백화점 판매는 석 달째 하락세다. 할인점의 전년 동월비 매출액도 5개월째 마이너스다.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이 석 달째 동반 하락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 한다. 소상공인 및 자영업 침체는 고착화된 지 이미 오래다. 자동차, 가구 등 내구재 판매도 계속 줄고 있다.
소비감소의 원인은 경기침체 및 실업에 따른 소득정체, 불황에 따른 주택과 주식 등 자산가치 하락, 글로벌 재정위기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이다. 교육비, 주택관련 부채 및 조기퇴직 등으로 소비여력이 줄어든 것도 주요 원인이다. 이에 정부는 급기야 10일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제2차 재정지원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연내 4조6000억원, 내년 1조3000억원의 재정을 추가로 투입해서 경기부양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와 같은 대책을 통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총 0.16% 포인트 올리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국면 돌파를 위해서도, 지속가능 경제를 위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도 정부와 경제주체들이 해야 할 일은 중소기업의 창업 활성화와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다. 물론 글로벌 경쟁시대에 생존 가능한 강한 중소기업들이다. 즉 기술·지식서비스기반, 혁신·창조형 중소기업의 창업 촉진과 육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여 소득증대, 소비증대의 선순환 구조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래야 신용등급의 상승과 경기가 같이 가고, 마냥 좋아할 수 있다.
이는 고용구조가 올해 상반기에 나타났던 고용미스터리의 실체와는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국내 경제는 불황에 시달렸으나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만명 늘었다. 한 연구기관의 분석대로 이는 “주부, 고령층 등이 생계를 위해 일자리 찾기에 나서면서 단기 근로나 영세자영업자 등 불완전 취업이 증가하게 된 것”에 기인한다.
물론 이번 경기활성화 대책에는 모태펀드의 자펀드(벤처캐피털) 실투자를 최대 1000억원으로 확대하는 중소·벤처기업 활성화 대책도 포함됐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는 현장의 우려를 고려할 때 퇴직 베이비붐 세대의 재취업, 청년실업 해소, 비정규직 단시간 근로 등 불완전 취업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과감하고 공격적인 중소기업 창업 촉진과 육성대책 추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자금조달 원활화, 인력난 해소, 국내외 판로개척, 기술혁신 및 생산성 향상, 대·중소기업 불공정거래 근절 및 동반성장 환경의 정착 지원 등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한 추가적인 대책이 요청된다. 국가신용등급을 더 높이기 위해서도 중소기업 안정화와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홍순영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